프랑스 도서 시장은 지난 10년간 극적인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2010년 연간 도서 판매량은 약 4억 5천만 권에 달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2021년에는 약 4억 9천만 권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러한 성장은 세 차례에 걸친 봉쇄 조치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 봉쇄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이어졌으며, 두 번째는 같은 해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세 번째 봉쇄는 2021년 4월 한 달간 시행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프랑스인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독서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후 백신 접종률의 상승과 확진자 감소로 2021년 6월에는 대부분의 봉쇄 조치가 해제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2021년 5월부터 18세 청소년들에게 '문화패스(Culture Pass)' 앱을 통해 300유로의 문화 지원금을 지급하며 독서와 문화 활동을 장려했습니다. 이 정책은 팬데믹 이후 독서의 새로운 양상을 보이던 프랑스 도서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지원금은 책, 음악, 영화 티켓, 박물관 입장권, 공연 관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에 사용되었으며, 특히 청소년들이 더 많은 책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며 시장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지원금의 75%가 책 구매에 쓰였고, 그중 약 2/3는 만화책, 특히 일본 망가로 소비되었습니다. 만화책 선호는 프랑스에서 만화가 '제9의 예술'로 인정받는 문화적 배경과 봉쇄 기간 동안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풍부한 내용을 제공하는 특성이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이러한 독서 문화의 변화 속에서, 2021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의 소설 《인간의 가장 비밀스러운 기억(La Plus Secrète Mémoire des Hommes)》은 독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의 역사와 현대 프랑스 사회를 연결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편, 만화책 분야 역시 주목받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2021년 출간된 《검은 연필: 교사 사무엘 파티의 이야기(Crayon noir - Samuel Paty, histoire d'un prof)》는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며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2020년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살해된 교사 사무엘 파티의 삶과 죽음을 조명하며 프랑스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만화책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22년부터 도서 판매량은 하락세로 전환되었고, 2023년에는 4억 4천만 권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이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팬데믹 이후 일상으로 복귀하며 독서 시간이 줄어든 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감소, 디지털 미디어와의 경쟁 심화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판매량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여전히 1.1%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 도서 시장이 여전히 저력을 발휘하며,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 속에서도 독서 문화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만화책의 비중 증가입니다. 전체 도서 시장에서 만화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0%에서 2022년 19%로 급증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다룬 만화책들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만화책은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풍부한 내용을 담아 독서 트렌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성장세는 청소년과 성인 독자 모두를 아우르는 폭넓은 수요 덕분에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현재 전체 도서 판매량에서 만화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권 중 1권에 달하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프랑스 도서 시장에서 만화책의 독보적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프랑스에서 일본 망가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2015년 1,240만 권에 불과했던 망가 판매량은 2021년 4,700만 권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봉쇄 조치로 확산된 집콕 문화와 프랑스 정부의 '문화패스' 정책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18세 청소년들에게 300유로의 문화 상품 구매 지원금을 제공한 이 정책은 젊은 독자들이 망가를 적극 구매하도록 유도하며, 전체 도서 시장에서 망가의 비중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도서 판매량의 17%가 만화책이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일본 망가였습니다.
특히 망가의 장르적 다양성과 깊이 있는 서사가 프랑스 독자들의 취향을 강하게 사로잡았습니다. 《주술회전(Jujutsu Kaisen)》은 악령을 퇴치하는 주술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액션 판타지의 진수를 보여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귀멸의 칼날(Demon Slayer)》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악마와 싸우는 소년의 감동적인 모험담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편, 《스파이 패밀리(Spy x Family)》는 스파이, 암살자, 초능력자가 가족을 가장하며 펼치는 유쾌한 스토리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 독창적인 스토리는 프랑스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며 망가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성장은 2022년부터 다소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일상이 회복되면서 독서 시간이 줄어들었고, 이는 망가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디지털 미디어와의 치열한 경쟁이 더해져 망가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망가는 프랑스에서 여전히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20대와 30대 독자들 사이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 프랑스 문화 소비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자포니즘은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862년 런던 국제 만국박람회에서 우키요에가 소개된 이후, 프랑스 예술계는 일본의 독특한 미학에 매료되었습니다. 특히 고흐, 모네, 드가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우키요에의 평면적이고 대담한 구도와 선명한 색채를 작품에 적극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자포니즘의 영향은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건축 등 프랑스 문화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프랑스인들이 일본 문화를 수용하는 토대를 마련하여 훗날 망가 열풍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중반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프랑스 TV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망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졌습니다. 1990년 Glénat 출판사가 《아키라》를 프랑스어로 출판하며 망가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고, 《드래곤볼》, 《세일러문》과 같은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Pika Édition, Kana, Ki-oon과 같은 전문 출판사들이 설립되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망가는 프랑스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나루토》와 《원피스》 같은 작품들은 프랑스 만화 시장의 핵심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프랑스 만화 시장에서는 '만프라(Manfra)' 또는 '프랑가(Franga)'로 불리는 프랑스식 망가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만프라는 일본 망가의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프랑스적 감성과 주제를 담아낸 독특한 장르로, 시각적으로는 일본 망가와 유사하지만, 읽는 방식과 다루는 주제에서 차별성을 보입니다. 만프라는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며, 복잡한 내용을 시각적으로 쉽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프랑스의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면서도 국제적인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토니 블랑트(Tony Valente)의 《라디앙(Radiant)》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일본에서도 출판되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프랑스 저널리스트 위고 클레망(Hugo Clément)의 보도를 바탕으로 제작된 논픽션 만화 《바키타의 정리(Le théorème du Vaquita)》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동물 권리와 생물다양성을 다루며, 복잡한 주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만프라의 강점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녹조(Les algues vertes)》는 프랑스 브르타뉴 해안의 녹조 오염을 다룬 작품으로, 영화로 각색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만프라의 성공은 프랑스 만화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프랑스 작가들이 이 장르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프랑스는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의 망가 소비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술회전》, 《귀멸의 칼날》과 같은 인기 작품들은 프랑스 청소년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망가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망가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프랑스의 문화적 다양성과 일본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세기 자포니즘에서 시작된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현대의 망가 열풍으로 이어진 것은 프랑스의 개방적인 문화 수용 태도와 일본 문화의 끊임없는 혁신이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