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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Road: AI 문학

AI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2017년, 로스 굿윈(Ross Goodwin)은 AI와 함께 《1 the Road》라는 전례 없는 실험적 소설을 선보였다. 구글의 아티스트이자 기계 학습 전문가로서, 그는 과거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굿윈은 기계 학습과 자연어 처리, 물리적 컴퓨팅을 결합하여 언어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해왔다. 특히, 장단기 메모리 순환 신경망(LSTM RNN)을 활용해 AI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 AI는 시, 공상과학 소설, 감성적인 글 등 20만 단어에 달하는 데이터를 학습하며 독특한 작가적 성격을 형성했다.


굿윈은 이 AI를 노트북에 설치하고, 카메라, GPS, 마이크, 그리고 컴퓨터의 내부 시계를 연결하여 센서를 완성했다. 이 장치는 캐딜락 자동차에 장착되어, 2017년 3월 뉴욕에서 뉴올리언스까지의 로드 트립 동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며 문학 텍스트로 변환했다. 《1 the Road》는 잭 케루악의 《On the Road》에서 영감을 받아, 미국 문학의 전통적인 로드 트립 테마를 AI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작품이다. 카메라는 지나가는 풍경을 포착하고, GPS는 위치 데이터를 제공하며, 마이크는 차 안에서의 대화를 기록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여행의 매 순간을 텍스트로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여행 중 수집된 모든 데이터는 AI 신경망을 거쳐 문장으로 재탄생했다. 생성된 텍스트는 영수증 용지에 실시간으로 출력되었으며, 여행이 끝날 무렵 차 안에는 AI가 쓴 글이 쌓여 있었다. 굿윈은 이 글을 전혀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출판했다. 소설의 첫 문장, "아침 9시 17분이었고, 집은 무거웠다"는 AI가 시간과 주변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보여주는 매혹적인 예다. 이처럼 독창적인 접근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제공했다.


아침 9시 17분이었고, 집은 무거웠다.

《1 the Road》는 AI가 단순히 텍스트를 조합하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학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위도와 경도는 신비로운 표현으로 재구성되었고, 사진 속 이미지는 유령 같은 산문으로 변환되었다. 포스퀘어 데이터에서 인식한 장소는 초현실적 서술로 묘사되었으며, 마이크로 녹음된 대화는 새롭게 해석되어 텍스트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AI의 창의적 잠재력을 드러내며, 데이터 처리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굿윈은 AI가 문학 창작의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그는 19세기 카메라가 회화에 미친 영향을 떠올리며, AI 역시 문학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고 믿었다. 《1 the Road》는 창작의 본질과 작가의 역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AI가 만든 텍스트는 과연 문학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AI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논의를 넘어 예술적, 철학적 성찰로 이어진다.


굿윈은 AI가 더욱 정교해지는 미래에 인간과 기계가 협력해 창의적 경계를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사람들이 AI의 패턴을 이해하고, 인간과 기계의 작품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또한 그의 바람이었다. 《1 the Road》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예술과 기술, 인간과 기계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한 상징적 작품이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마치 로드 트립의 조수석에서 여행의 순간을 온전히 체험하는 것처럼 생생하며,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갈 문학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출처: https://bombmagazine.org/articles/2018/12/14/ross-goodwins-1-the-road/





AI 문학의 여정


AI 문학의 여정은 2015년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사토-마츠자키 연구소의 연구팀은 AI와 협력하여 《The Day A Computer Writes A Novel》이라는 단편 소설을 창작했다. 이 작품은 호시 신이치 문학상 예선을 통과하며 AI의 문학적 가능성을 세상에 알렸다. "그날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흐린 날이었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AI가 인간의 감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선보였다. 연구팀은 AI에게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제공하고, AI가 이를 바탕으로 내용을 채우는 방식을 사용해 창작을 완성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창의적인 글쓰기 영역에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2021년에는 AI 문학이 더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었다. 핀란드 작가 유카 알호는 GPT-3와 협업해 《Aum Golly》 시리즈를 출간하며 주목받았다. 이 시집은 인간과 AI의 협업으로 창작된 결과물로, 새로운 시적 표현과 형식을 선보였다. 같은 해, 한국에서는 AI 소설가 '비람풍'이 《지금부터의 세계》라는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김태연 소설감독이 기획한 이 작품은 다섯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시선에서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AI가 단순히 인간의 글쓰기를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독자적인 관점과 표현 방식을 갖추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2023년에는 AI 문학이 더욱 대담한 실험을 시도했다. 스티븐 마르체는 《Death of an Author》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전체 텍스트의 95%를 AI로 작성했다. 이 작품은 기술이 인간성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추리 소설로 주목받았다. 암마르 레시는 《Alice and Sparkle》이라는 어린이 책을 AI와 공동 창작했는데, 이는 AI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레이드 호프만은 GPT-4를 활용해 《Impromptu: Amplifying our Humanity through AI》를 집필하며 GPT-4로 창작된 최초의 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처럼 AI는 창작 도구를 넘어 공동 창작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4년에는 AI 문학이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본 작가 리에 쿠단은 《도쿄도 도조토》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는데, 이 작품의 약 5%는 ChatGPT가 생성한 텍스트였다. 쿠단은 가까운 미래의 도쿄를 배경으로 AI 기술의 일상화를 묘사하며, AI의 도움으로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구했다. 한국의 박참새 시인은 ChatGPT와 협업해 발표한 시 《Defense》를 통해 AI와 인간의 창의적 협업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시는 영어와 한국어가 교차 서술되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AI 번역의 창의적 잠재력을 드러냈다. 브라질 작가 P.J. 페레이라는 AI와 협력하여 '하이프노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그의 소설 《최악의 하루》는 초현실적이고 단편적인 내러티브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AI 문학은 창작의 본질과 작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I가 생성한 텍스트는 진정한 문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와 맞물려 있다. AI와 인간 작가의 협업은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지만, 기술적 논의를 넘어 예술적, 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 또한, AI 문학이 인간의 감성과 경험을 얼마나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 독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탐구도 이어진다. 나아가 AI 문학의 윤리적 과제, 특히 편향성이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AI 문학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과 인간과 기계의 창의적 협업을 통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더 풍부하고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리콰르의 서사론으로 본 AI 소설


폴 리쾨르(Paul Ricœur)의 서사론은 AI 이야기 생성 능력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리쾨르는 《시간과 이야기》(1983-1985)에서 서사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인간 경험을 재구성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의 '삼중의 미메시스' 개념은 AI 이야기 생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도구가 된다. 미메시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모방'이나 '재현'을 뜻하지만, 리쾨르의 관점에서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 본질을 드러내거나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는 예술과 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으며, AI 이야기 생성에서도 중요한 분석 도구로 활용된다.


리쾨르는 이야기 생성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미메시스 I(전형상화)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는 단계로, AI가 세계를 해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메시스 II(형상화)는 이를 줄거리로 구성하는 단계이며, AI는 사건들을 하나의 일관된 서사로 엮는다. 마지막으로, 미메시스 III(재형상화)는 독자가 텍스트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단계로, AI가 생성한 이야기가 독자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지 평가한다. 이 개념을 통해 우리는 AI가 세계를 이해하고(미메시스 I), 그것을 서사 구조로 정리하며(미메시스 II), 그 결과물이 독자에게 의미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미메시스 III)를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미메시스 I(전형상화)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는 단계로, AI가 세계를 해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메시스 II(형상화)는 이를 줄거리로 구성하는 단계이며, AI는 사건들을 하나의 일관된 서사로 엮는다.

리쾨르의 '서사적 정체성' 개념은 AI의 자아 형성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유용하다. 《자기 자신과 같은 타자》(1990)에서 리쾨르는 우리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함으로써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AI가 자신의 '경험'을 일관된 이야기로 구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AI의 자의식이나 정체성의 발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소설 《지금부터의 세계》(2021)에서 다섯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시각에서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는 과정은 AI가 다양한 관점을 통합하여 하나의 일관된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AI가 단순한 정보 처리를 넘어 복잡한 인간 경험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리쾨르의 서사론에서 중요한 또 다른 개념은 '플롯'이다. 플롯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을 의미 있는 전체로 변환시키는 구성 원리다. 리쾨르는 플롯이 시간의 경험을 구조화하는 방식을 강조했다. AI는 사건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일관된 플롯으로 구성할 수 있을까? 일본 작가 리에 쿠단의 소설 《도쿄도 도조토》(2024)는 미래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 AI 생성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AI가 시간의 흐름과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리쾨르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AI의 시간 인식과 예측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이는 AI가 단순한 데이터 나열을 넘어 의미 있는 시간적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리쾨르의 서사론은 윤리적 차원을 포함한다. 그는 서사가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넘어 윤리적 판단과 행동의 기반이 된다고 보았다. 이는 AI가 생성한 이야기가 윤리적 요소를 포함하고, 그것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스티븐 마르체의 《Death of an Author》(2023)는 AI가 기술이 인간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사례다. 이 작품에서 제기된 윤리적 질문들을 리쾨르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AI 문학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을 심도 있게 고찰할 수 있다. AI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인간 사회에 의미 있는 윤리적 성찰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AI 문학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리쾨르의 서사론은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을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서사 능력과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그의 이론은 AI 문학의 의미 창출 능력, 정체성 형성 가능성, 시간성 이해, 윤리적 차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AI가 진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문학과 어떻게 다른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AI 문학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간의 창의성, 정체성, 윤리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리쾨르의 서사론에 비추어 보면, AI가 창작한 소설은 형식적으로는 서사적 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진정한 의미의 '서사적 정체성'이나 깊이 있는 윤리적 성찰을 담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AI가 인간의 경험을 모방하고 재구성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리쾨르가 정의한 진정한 '미메시스'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AI 문학의 빠른 발전 속도와 다양한 창작 시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평가는 지속적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다. AI가 인간의 서사적 깊이를 점차 흡수하고 이를 확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Jean Paul Gustave Ricœur (1913 - 2005)




AI 창의성 연구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에 대한 최근 연구는 문학계에 신선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의 창작 능력이 인간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월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연구들은 각기 다른 방법론을 사용했지만, 공통적으로 AI와 인간의 창작 능력을 직접 비교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AI는 문법적 정확성과 일관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반면, 인간은 독창성과 감정적 깊이에서 우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몇몇 연구에서는 AI가 인간보다 더 높은 창의적 잠재력을 발휘한 사례도 있었다. 이 결과들은 AI와 인간 작가의 협업 가능성을 제시하며, 미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을 시사한다.


몇몇 연구에서는 AI가 인간보다 더 높은 창의적 잠재력을 발휘한 사례도 있었다.

UC Berkeley 정보대학 강사 Nina Beguš의 2023년 연구는 AI와 인간의 이야기 창작 능력을 정량적으로 비교한 획기적인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Beguš는 250개의 크라우드워커가 작성한 이야기와 80개의 GPT-3.5 및 GPT-4 생성 이야기를 분석했다. 연구 방법론은 인간과 AI에게 동일한 프롬프트를 제공해 이야기를 작성하게 한 뒤, 생성된 이야기들을 문법적 정확성, 일관성, 창의성 등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평가는 전문가 패널과 자동화된 텍스트 분석 도구를 활용해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 AI는 문법적 정확성과 일관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인간의 이야기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독창적인 표현으로 창의성 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연구는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이 여전히 존재함을 입증했다.


2023년 11월 arXiv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일반인의 단편 소설 창작을 비교한 결과, 인간이 더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컴퓨터과학 박사과정 학생 Yuval Magen과 동료들은 LLM과 인간 참가자에게 동일한 프롬프트를 제공해 단편 소설을 작성하게 했다. 생성된 소설은 문체적 복잡성, 창의성, 내러티브 구조 등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문학 전문가와 자동화된 텍스트 분석 도구를 통해 이루어진 평가 결과, LLM은 문체적으로 복잡한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었으나, 평균적인 인간 작가에 비해 창의성 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 창의성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AI가 생성한 이야기가 인간을 능가하는 창의성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4년 2월 Nature에 발표된 연구는 인공지능 생성 언어 모델의 창의적 잠재력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국 저장대학교 Ren 교수팀은 인간 참가자와 GPT-4에게 동일한 창의성 과제를 제시하며 실험을 진행했다. 과제는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 문제 해결 시나리오, 예술 작품 구상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했다. 생성된 아이디어는 독창성, 실현 가능성, 유용성 등의 기준으로 평가되었으며, 전문가와 일반 대중이 평가를 맡았다. 결과적으로 GPT-4는 인간보다 더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는 AI가 단순한 정보 처리를 넘어 창의적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7월 Science Advances 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AI가 지원한 이야기가 창의성과 품질 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컴퓨터과학 교수 Kristian Hammond와 그의 팀은 참가자들에게 AI를 활용해 이야기를 작성하게 한 뒤, 이를 AI 없이 쓴 이야기와 비교했다. 평가는 독자들의 반응과 전문가 패널의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 AI의 도움으로 작성된 이야기가 더 창의적이고 잘 구성되었으며, 독자들에게 더욱 즐거운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AI는 이야기를 "전문화"하여 반전이 있고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이며, 더 매끄럽고 덜 지루하게 만들었다. 이 연구는 AI와 인간 작가의 협업이 창작의 질을 향상시킬 가능성을 보여주며,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인간과 GPT-3, GPT-4가 작성한 단편 이야기를 비교한 결과, AI와 인간이 만든 이야기의 창의적 품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흥미로운 결론을 도출했다. 2023년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와 연구팀은 참가자들과 AI 모델에게 동일한 주제로 단편 이야기를 작성하게 했다. 생성된 이야기들은 의미의 다양성, 지각적 세부사항, 전반적인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평가는 문학 전문가와 일반 독자 그룹을 통해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 의미의 다양성과 지각적 세부사항이 더 독창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평가받았다. 특히, 인간과 AI가 쓴 이야기의 창의적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연구는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이 인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이끌어냈다.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은 빠르게 발전하며 문학과 창작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AI는 문법적 정확성과 일관성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며, 인간을 능가하는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적 깊이와 문화적 뉘앙스 표현 등 인간만의 고유한 창작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우위를 보인다. AI와 인간 작가의 협업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으며, 이는 미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예고한다. AI 문학은 기술적 성취를 넘어 인간의 창의성을 증폭시키며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구하는 도구로 발전할 전망이다.


AI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답은 '예'이지만, 그 의미와 가치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패턴을 인식해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지만, 이를 인간 창작과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리쾨르의 서사론에 비추어 볼 때, AI가 생성한 이야기가 진정한 '미메시스'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AI는 세계를 이해하고(미메시스 I) 이를 서사 구조로 정리하며(미메시스 II) 독자에게 의미 있게 전달할 수 있는(미메시스 III)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AI가 생성한 이야기가 윤리적 차원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논점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은 문학과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창의성, 정체성, 윤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인간의 창작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도구로서 큰 가치를 지니지만,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경험과 감성의 깊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AI 문학은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창작과 표현을 탐구하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인간과 AI의 협업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AI의 이야기 생성 능력을 인정하고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인간 고유의 창작 가치를 재발견하고 강화해 나가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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