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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an 01. 2025

고대 이집트의 신성한 고양이

인간은 나를 먹여주고 지켜주고 사랑해 준다. 인간에게 나는 신이 분명하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



고대 이집트 시대, 고양이는 전략적 무기였다.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의 캄비세스 2세는 이집트를 정복하기 위해 고양이를 신성시하는 이집트인들의 신앙을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그는 고양이를 군대의 선두에 세우며 이집트 군인들의 망설임을 유도했다. 고양이를 다치게 할까 두려워 제대로 싸우지 못한 이집트 군은 패배를 면치 못했다. 캄비세스는 병사들의 방패에 고양이 그림을 그리게 하여 이집트인들의 경외심을 더욱 자극했다. 이 독창적인 전략은 고양이에 대한 신앙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집트 문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양이가 있었다.

이집트 문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양이가 있었다. 이들은 고양이를 단순한 동물이 아닌 신의 화신으로 여겼으며, 특히 바스테트 여신은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가 초자연적인 힘을 지녔다고 믿었고, 주인을 악령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여겼다. 이러한 신념 때문에 고양이는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고양이에게 값비싼 목걸이와 귀걸이를 채우고, 좋은 먹이를 제공하며 정성을 다해 돌봤다.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불이 나면 재산보다 고양이를 먼저 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 사회에서 고양이는 생존과 신앙의 중심이다. 탁월한 사냥 실력으로 곡식을 위협하던 쥐와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농경사회를 지탱했다. 이집트인들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닌 곡식을 지켜주는 고마운 동반자였다. 국가 차원에서도 고양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여 쥐를 잡는 중요한 가축으로 인정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은 세금 혜택을 받았으며, 경우에 따라 면세 혜택까지 제공받았다. 이는 고양이가 단순히 실용적인 동물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졌음을 의미한다. 고양이는 이집트인의 삶에서 실용성과 신성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독특한 존재였다.


고양이를 해치는 행위는 이집트에서 신성을 훼손하는 일이었다. 고양이를 죽이거나 학대한 사람은 사형에 처해졌고, 실수로라도 다치게 하면 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법은 고양이를 신성한 존재로 여기며 보호하려는 이집트인들의 깊은 신념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은 고양이의 안전을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을 기울였다. 사고로 고양이가 죽는 일이 생기면 가족조차도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이는 고양이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신의 화신으로 여겨졌음을 상징한다. 고양이를 향한 이집트인들의 경외심은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하는 그들의 철학을 보여준다.




고양이의 죽음은 가족에게 신성한 이별의 순간이었다. 고양이가 세상을 떠나면 가족은 눈썹을 밀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상복을 입고 장례를 치르는 것은 기본이었고, 고양이의 시신은 정성스럽게 미라로 만들어졌다. 미라가 된 고양이는 특별한 묘지에 안치되며, 그 신성함을 유지했다. 가족들은 약 3개월 동안 애도를 이어가며 눈썹이 자라기를 기다렸다. 미라 제작은 전문 기술자가 맡아 고양이의 장기를 제거하고 몸을 깨끗이 씻은 뒤, 70일 동안 탄산 소다수에 담가 부패를 막았다. 이러한 세심한 과정은 고양이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깊은 사랑과 존경을 상징한다.


용맹한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신뢰와 의지의 상징이었다.

용맹한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신뢰와 의지의 상징이었다. 이집트 사막에는 독뱀과 전갈 같은 위험한 동물이 많았지만, 고양이는 이들을 과감히 사냥하며 사람들을 보호했다. 이 모습은 단순한 사냥을 넘어 신뢰와 의지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했다. 사람을 뱀과 전갈로부터 지키는 신 마프데트도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마프데트는 고양이의 용맹함이 신적 존재로 확장된 상징이었다. 독뱀을 제압하는 고양이의 모습은 이집트 벽화 곳곳에 생생히 묘사되었다. 이는 고양이가 단순한 동물을 넘어, 이집트인의 마음속에 영웅적 존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다정한 고양이는 이집트인들의 영혼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새끼를 돌보는 고양이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헌신적이었다. 적 앞에서는 용맹하지만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고양이의 모습은 이상적인 왕과 신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이 모습은 고양이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특별하고 존엄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고양이는 새끼를 애정 어린 몸짓으로 핥아주며 먹이를 가져다주고, 안전한 장소를 찾아 돌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집트인들에게 고양이는 따뜻한 가족이자, 강력한 수호자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고양이의 모습은 이집트의 수많은 예술 작품 속에 남아, 고양이에 대한 깊은 애정을 증명하고 있다.




고양이는 이집트 문화의 심장을 뛰게 한 존재였다. 고대의 신들은 고양이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고, 바스테트 여신은 모성과 다산의 상징으로 경배받았다. 마프데트 신은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하며, 고양이의 용맹함을 대변했다. 바스테트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부바스티스라는 도시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의 집약체였다.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이집트인들의 삶과 신앙을 연결하는 매개체였다. 바스테트는 고양이 머리를 한 여신으로, 신화 속에서 가족과 생명을 지키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때로는 라의 딸로, 때로는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딸로 전해지며 이집트인들의 신앙에 깊이 뿌리내렸다.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이집트인의 삶과 신앙의 깊은 뿌리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고양이 숭배는 이집트에서 가장 빛나는 절정을 이루었다. 기원전 9세기, 파라오 오소르콘 2세의 통치 시기에는 바스테트 신전이 더욱 확장되며 축제장이 새로 추가되었다. 매년 열리는 제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십만 명의 순례자가 몰려들었고, 이곳은 숭배와 축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헤로도토스는 이 축제가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했다고 기록하며, 그 화려함을 전했다.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이집트인의 삶과 신앙의 깊은 뿌리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대규모 축제와 순례는 고양이가 이집트 문화의 정점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특별한 존재는 이집트인들의 신앙과 일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고양이는 이집트인들의 일상과 신앙 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의미하는 'Miu'나 'Mitt'를 이름에 넣어 특별한 유대를 표현했다. 고양이를 이름으로 삼거나 별명으로 부르는 일은 흔한 관습이었다. 이는 고양이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여겨졌음을 보여준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의 행동을 미래를 점치는 도구로 사용하며, 고양이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집트 벽화에는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그려졌다. 고양이는 일상의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종교와 문화 속에서도 깊은 상징성을 가진 특별한 존재였다.


바스테트 여신 @ The British Museum, London., 마프데트 여신 @위키피디아


고양이 미라는 이집트 신앙의 영혼을 담은 유산이다. 1890년, 베니 하산에서 발견된 30만 마리가 넘는 고양이 미라는 그 자체로 경외의 대상이었다. 옆에 묻힌 미라화된 생쥐는 고양이의 사후 여행을 위한 음식으로 준비된 것이었다. 이는 고양이와 함께 영혼의 여정을 떠난다는 이집트인들의 깊은 신앙을 보여준다.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닌 영혼의 동반자로 여겨졌으며, 다음 세상에서도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장례 관습은 고양이에 대한 존경이 생의 경계를 넘어 사후 세계까지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이 고양이 미라의 발견은 고대 이집트인들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을 생생히 증명하는 귀중한 고고학적 기록이다.


 고양이는 단순히 신의 화신이 아니라, 신앙과 일상을 잇는 신비로운 존재로 자리 잡았다.

고양이는 단순한 숭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신성한 그릇으로 여겨, 그 몸에 깃든 신의 힘을 경배했다. 이러한 신념은 살아 있는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어 신에게 바치는 독특한 제사 의식을 낳았다. 이는 단순한 숭배를 넘어선 경외의 표현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바스테트 여신의 축제에서는 고양이 미라 대신 청동상이 제물로 사용되었다. 이는 고양이를 신성한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점차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고양이는 단순히 신의 화신이 아니라, 신앙과 일상을 잇는 신비로운 존재로 자리 잡았다.


고양이 숭배는 이집트 문화의 깊은 뿌리를 상징했다. 기원전 950년대 중반, 제22왕조 때 바스테트 신전은 더욱 번성하며 그 명성을 떨쳤다. 이 시기의 바스테트 여신은 고양이 머리를 한 모습으로 묘사되었고, 길들여진 고양이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초기의 바스테트는 태양의 신으로 숭배받는 용맹한 여신으로, 암사자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원전 1천년경, 잔인한 분노의 신 세크메트가 등장하며, 바스테트는 고양이 머리를 한 모성과 사랑의 상징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신화의 전환이 아니라, 이집트 신앙과 문화가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바스테트는 신과 인간,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특별한 존재로 남아 있다.


고양이는 시대를 관통하는 상징이었다. 로마 제국의 정복과 함께 이집트에서 고양이 숭배는 점차 쇠퇴했지만, 그 유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로마인들은 고양이를 신성하게 여기지 않았고, 기독교의 확산은 바스테트 여신에 대한 숭배를 서서히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이집트인들의 마음속에서 고양이는 특별한 존재로 남아 있었다. 농경 사회에서 해충을 퇴치하는 실용적인 동물로 시작한 고양이는 신화와 문화 속에서 신성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들은 사랑과 보호의 상징이자 용맹함과 다정함을 동시에 가진 동물로 여겨졌다. 오늘날 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을 넘어 인간과 공존하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고양이 미라 @ Louvre Museum




고양이의 이야기는 시간과 경계를 초월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생존의 동반자이자 신앙의 중심이었다. 그들은 해충을 퇴치하며 농경사회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마 제국과 기독교의 영향으로 고양이에 대한 숭배는 사라졌지만,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이집트인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전해졌다. 현대에 이르러 고양이는 사람들의 정서적 연결을 돕는 존재로 변모하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특별한 동물로 자리 잡았다. 고양이의 매력은 세대를 초월하며 여전히 강렬하다. 고양이는 단순한 유물이 아닌 살아 있는 유산으로, 우리의 곁에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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