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모방 사이의 경계선
이제 할리우드까지 AI 저작권 소송에 나섰습니다. 2025년 6월 11일, 디즈니와 NBCUniversal이 AI 이미지 생성 업체 Midjourney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스 베이더와 엘사 같은 상징적 캐릭터들이 무허가로 생성·배포되었다는 이유였습니다.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들이 Midjourney를 “무한한 표절의 원천”이라고 규정한 것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실존적 위기감을 드러냅니다.
현재 미국 연방법원에 계류 중인 151건 이상의 AI 저작권 소송은 우리 시대 창작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1) 언론, (2) 커뮤니티, (3) 음악, (4) 사진, (5) 문학계에서 제기한 소송들이 개별적으로 진행되며 창작 생태계 전반이 AI라는 새로운 존재와 소송 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1) 이 전쟁의 서막을 연 것은 언론계입니다. 2023년 12월 27일 뉴욕타임스가 OpenAI를 상대로 제기한 수십억 달러 규모 소송에서 핵심 쟁점은 명확했습니다. AI가 수백만 건의 기사를 무허가로 복사해 학습한 뒤 완전한 발췌문을 생성해 구독 수익을 잠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2025년 2월 Thomson Reuters가 Ross Intelligence를 상대로 승소한 판결이 AI의 무단 데이터 사용을 저작권 침해로 확정한 만큼 언론계의 승산은 높아 보입니다.
(2) 2025년 6월 4일 Reddit의 Anthropic 고소는 데이터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했습니다. Anthropic이 2024년 7월 접근 차단 약정 후에도 10만 회 이상 접근 시도한 것은 체계적 데이터 수탈의 증거였습니다. Google과 OpenAI는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지만, 연 수익 30억 달러의 Anthropic은 협상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에게 AI 도구 도입 전 반드시 해당 업체의 데이터 수집 정책과 라이선스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3) 음악계는 다른 업계와 달리 독특한 전략을 택했습니다. 2024년 6월 25일 음악계 빅 3가 Suno와 Udio를 압박한 후 2025년 6월부터 라이선스 협상으로 전환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나 마이클 잭슨 곡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는 AI의 위력을 목격한 음악업계는 이길 수 없다면 함께하라는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이는 콘텐츠 기업들에게 전면적 대립보다는 수익 분배를 통한 공존이 때로는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4) 사진 아티스트의 저항은 가장 치열합니다. 2023년 초 제기된 Getty Images와 Stability AI 간 소송은 시각 예술가들의 마지막 보루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수백만 이미지가 무허가로 학습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2025년 6월 9일 시작된 런던 고등법원 재판은 생성형 AI 업계 첫 번째 주요 저작권 재판으로, 전 세계 시각 콘텐츠 업계의 운명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5) 문학계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9일 Sarah Silverman 등 작가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림자 도서관 문제였습니다. OpenAI와 Meta가 Bibliotik, Library Genesis 같은 불법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획득했다는 주장은 AI 기업들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합니다. AI가 저작자의 책을 완벽하게 요약할 수 있다면 원작의 경제적 가치는 어떻게 보호될 수 있을까요. 이는 출판, 교육, 정보 서비스업계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입니다.
이처럼 업계별로 다른 대응을 보이는 이유는 AI가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에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직면한 공통 과제가 있습니다. AI 도구 사용 시 저작권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예술가가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 것과 AI가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추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입니다. 인간의 학습은 감정과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창조적 과정이고, AI의 학습은 통계적 패턴 인식에 기반한 기계적 과정입니다. 이런 차이를 인정한다면 기업의 AI 활용 정책도 이에 맞게 수립되어야 합니다.
결국 이 모든 분쟁이 수렴하는 지점은 창작의 미래입니다. 2025년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Getty Images 재판과 Sarah Silverman 공정이용 판결, 뉴욕타임스 소송의 진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AI 시대의 새로운 룰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기업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사용 중인 AI 도구의 학습 데이터 출처 확인,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 정책 수립, 법무팀과의 사전 검토 프로세스 구축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법정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소송 분쟁이 아니라 창조와 모방의 경계선을 다시 그리는 인류사적 전환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