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교사의 역할

책 《나는 AI와 공부한다》가 전하는 교육의 본질

by 경영로스팅

요즘 ‘AI 교과서’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화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교과서를 태블릿에 옮기고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한 것이 전부다. AI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과거 ‘디지털 교과서’를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 현장은 그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영어 아이디와 복잡한 비밀번호, 느린 네트워크에 가로막혀 수업 시작부터 지친다. 교사는 로그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수업의 맥을 잇기 위해 애쓴다. AI는 학습을 돕는 도구라기보다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혼란은 단순히 시스템 미비 때문만은 아니다. AI는 이미 산업화와 정보화를 넘어 ‘지능화’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았지만, 이를 설계하고 도입한 이들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사고에 갇혀 있다. 하드웨어를 먼저 만들고 그 틀에 교육을 끼워 맞추려는 방식이 반복된다.

교육의 본질은 사고력을 키우는 데 있다. 그러나 정책은 장비를 갖추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혁신으로 착각한다. 교사는 그 빈자리를 메우며 학습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세운다. 기술의 껍질을 벗기고 그 안에 잠든 교육의 의미를 일깨우는 것이 교사의 몫이다.

이 지점에서 살만 칸은 책 《나는 AI와 공부한다》에서 교육의 본질을 되묻는다.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를 만든 그는 AI 기반 학습 혁신을 이끌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 그는 2008년 설립 이후 수억 명의 학습자에게 무료 교육 기회를 열어주며 자신의 철학을 실천했다.

칸 아카데미의 실험적 도구인 Khanmigo는 그 철학을 구체화한 사례다. ChatGPT를 기반으로 만든 이 챗봇은 정답을 곧장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어디가 막혔니?”, “다른 방법은 없을까?”와 같은 질문으로 학생이 스스로 사고를 이어가도록 돕는다. 교사는 그 과정을 살피며 새로운 물음을 던지고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AI 교육의 핵심은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있지 않다. AI는 생각을 확장하는 촉진자가 되어야 하고, 학생은 스스로 탐구하는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 이 과정을 설계하고 이끄는 것은 교사다. 교사의 진정한 사명은 바로 그 자리에서 빛난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교사는 학생이 AI를 어떻게 마주하고 활용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질문과 탐구의 경로를 세우며, 기술이 학습의 주인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지킨다. 질문이 살아 숨 쉬는 교실을 일구는 것이 교사의 책임이다.

지금의 AI 교과서는 다른 나라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 핀란드는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지만 학습 성과가 떨어지고 현장의 반발이 커지자 종이 교과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스웨덴 역시 문해력과 집중력 저하를 경험하며 디지털 중심 정책을 전환했다.

교육의 혁신은 ‘새로운 기기’를 들여오는 데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AI 교과서 예산으로 교육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쓰는 것이 옳은지 함께 논의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방향을 찾는 일이 먼저다.

AI는 학생의 사고력을 깊게 할 기회이자, 얕게 만들 위험이기도 하다. 숙제를 대신하는 AI는 사고를 멈추게 하지만,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자극하는 AI는 학습의 동반자가 된다. 그 차이를 만드는 힘은 교사의 손에 있다.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AI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교사에게 무엇을 맡겨야 할까. AI는 단순한 정답지일까, 아니면 더 나은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동반자일까. 교사는 AI와 학습자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 질문들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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