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렉시티가 크롬을 인수하려는 이유

자긴감 과시와 마케팅 효과

by 경영로스팅

다시 브라우저 전쟁이다.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브라우저는 다시 기술 패권의 전면에 등장했다. 한때 단순한 인터넷 접속 창에 불과했던 브라우저는 이제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모델의 입력을 통제하며, 정보 탐색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 도구가 되었다.

1990년대, (1) ‘넷스케이프’가 최초의 상업용 브라우저로 시장을 선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에 (2)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하며 판을 뒤집었다. 이후 (3) ‘파이어폭스’가 웹 표준과 오픈소스를 앞세워 반격했고, 2008년 구글은 (4) ’크롬’을 내놓아 속도와 간결한 UI로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 크롬은 전 세계 점유율 67%, 사용자 수 30억 명을 기록하며 구글 검색과 광고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최근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던진 제안은 시장을 다시 흔들었다. 퍼플렉시티는 구글에 크롬을 345억 달러(약 46조 5,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공식 제안했다. 자사 기업가치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한 이 행보는 단순한 화제 만들기를 넘어 브라우저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읽힌다.

이 제안은 미국 법무부(DOJ)의 반독점 소송과 맞물려 있다. 법무부는 구글이 크롬을 활용해 검색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고 보고 브라우저의 분리를 요구했다. 특히 크롬에 구글 검색을 기본값으로 탑재한 계약이 문제로 지적됐다. 만약 법원이 이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구글은 검색과 광고라는 핵심 유통 채널을 크게 잃게 된다.

퍼플렉시티는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용자 선택권과 오픈소스 구조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목적은 크롬의 기술 자산 자체보다 인터넷의 기본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데 있다. 브라우저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AI 기반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이들의 제안은 기존 빅테크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이미 자체 브라우저 ‘코멧’을 통해 미래를 실험하고 있다. 사용자는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고, 브라우저는 항공권 예매, 뉴스 요약, 일정 정리까지 자동으로 처리한다. 코멧은 크롬과 유사한 사용성을 유지하면서도 요약과 자동화 기능을 강화해 새로운 탐색 방식을 제공한다. 웹을 ‘보는 것’에서 웹에 ‘지시하는 것’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픈AI도 AI 브라우저 개발에 뛰어들었다.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브라우저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관련 자료를 정리한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클릭하던 구조 대신, AI와 대화하며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크롬과 동일한 엔진을 쓰지만, 정보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게 설계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엣지에 ‘코파일럿’을 결합해 브라우저를 업무 중심 도구로 확장했다. 코파일럿은 열려 있는 탭을 분석하고 문서 작성, 이메일 초안, 일정 조율까지 자동으로 처리한다. 사용자는 클릭 대신 지시하고, 엣지는 행동을 예측해 능동적으로 지원한다. 브라우저가 생산성을 높이는 개인 비서로 변모한 것이다.

이제 브라우저 시장의 판도는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구글이 크롬을 유지하든, 법적으로 분리하든, 에이전트형 브라우저의 등장은 기존 검색과 광고 모델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사용자는 더 이상 웹을 탐색하지 않고, 브라우저에게 일을 맡기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탐색 도구가 아니라 실행 도구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퍼플렉시티의 제안은 그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기업들은 모두 브라우저를 둘러싼 새로운 전쟁에 나서고 있다. 검색 엔진, OS, 광고 모델, 콘텐츠 플랫폼이 얽힌 복합 전선이 다시 열렸다. 누가 인터넷의 출입구를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이 앞으로의 경쟁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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