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애플 제국에 균열을 낸 숨은 주역

앱스토어 수수료 전쟁의 진짜 주인공

by 경영로스팅

2024년 3월, 유럽연합은 애플에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앱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합리한 수수료 구조를 적용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4월,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미국 항소법원에서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기사에서 스포티파이를 애플 제국에 조용히 균열을 낸 숨은 주역으로 지목했다. 에픽게임즈가 미국 법정의 얼굴이었다면, 스포티파이는 유럽 규제 전선을 조직한 설계자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을 혁신해온 만큼 규제 환경에서도 조용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0여년간,
- (1) 앱스토어에서 인앱결제 기능을 제거하고
- (2) 법무 조직을 강화해 대응 역량을 키웠다.
- (3) 플레이스토어에서 고객 전환율 실험 데이터를 쌓았고,
- (4) 이를 기반으로 유럽 규제 당국과 공조하며,
- (5) 제도 자체를 바꾸는 입법 활동까지 주도했다.

(1) 2016년, 스포티파이는 앱 내 유료 구독 기능을 전격 중단했다. 결제는 외부 웹사이트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앱 안에는 ‘이메일로 할인 정보 받기’ 버튼만 남겼다. 애플의 30% 수수료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애플은 이를 규정 위반으로 간주하고, 앱 업데이트 승인을 거부했다.

(2) 같은 해,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법무 전문가 호라시오 구티에레즈를 영입했다. 그는 법정 대응뿐 아니라 브루스 수웰 당시 애플 법무 책임자와의 직접 협상에 나섰지만, “모든 개발자에게 동일한 규칙이 적용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 스포티파이는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반독점 문제를 동시에 제기했다.

(3) 스포티파이는 2018년, 안드로이드 기반 A/B 테스트를 실시했다. 유럽 5개국과 미국, 브라질, 호주, 멕시코 등지에서 사용자 집단을 나누어, 결제 방식에 따른 전환율 차이를 수치로 측정했다. 애플 정책을 준수한 그룹은 유료 전환율이 최대 20% 낮았다. 이 결과는 이후 유럽연합 과징금 부과의 핵심 근거가 되었다.

(4) 스포티파이는 브뤼셀에 집중했다. 구티에레즈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집행위원에게 애플의 구조적 차별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직접 제시했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이미 애플과의 조세 회피 문제로 충돌 중이었고, 스포티파이를 디지털 경제의 대표적 피해 사례로 받아들였다.

(5) 그 결과, 2022년 유럽연합은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앱 유통과 수익 모델에서 경쟁을 억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2024년, 애플은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애플은 스포티파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스포티파이는 앱스토어 생태계 덕분에 성장했지만, 기여는 회피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앱스토어는 애플 전체 매출의 8%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률은 75%에 달하는 고수익 사업이다. 팀 쿡 대표는 외부 결제를 일부 허용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생태계를 완전히 통제하기는 어려워졌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정면 충돌보다 규칙을 바꾸는 길을 선택했다. 법, 데이터, 정책을 결합해 애플의 수익 구조를 안에서부터 흔들었다. 이 전략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도 새로운 수수료 설계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다니엘 에크 대표는 조용하지만 일관된 방식으로 애플 생태계의 기반을 흔들었다. 앱스토어라는 절대 권력의 성벽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지만, 균열은 분명히 생겼다. 스포티파이의 반란은 단순한 수수료 분쟁이 아니다. 누가 모바일 시대의 규칙을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다.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애플의 미래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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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 Higgins, “Inside Spotify’s Plot to Take Down Apple,” The Wall Street Journal, September 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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