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Nov 05. 2019

안아주는 일기

눈물이 홍수처럼 터진 날에


면역세포 백혈구.
이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오면
방어벽이 뚫리지 않도록 맞서 싸우는 세포야.
혈액 1μL 당 4,000~10,000 정도 존재하는 물질이지.
.
한 번 더 생각해봐.
2미터도 되지 않는 우리 몸에
오롯이 나를 지켜주는 수비수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도 4,000명이 넘게 말야.
.
가끔 너는 참 쉽게 말해.
난 잘못되었고 아파도 되는 사람이야.
내게 좋은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걸, 하고.
.
네 말이 정말 맞아.
겨우 툭툭 털고 일어나면
세상은 더욱 강한 힘으로 배를 걷어차지.
다시 쓰러지며 생각해.
어쩌면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는 게
잘못이고 문제일 수도 있겠다..
.
그 때, 그렇게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네가 비명조차 못지르고
묵묵히 아픔을 참아내고 있을 때
4,000 명의 수비수들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멋지게 말해주는 거야.
.
'너는 강인한 사람이야.'
'넌 잘못되지 않았어.

네가 믿지 않아도 넌 정말 특별해.'
'우리는 너를 좋아해. 여기 전부가 다  그렇다고.'
.
네 이름을 부르고 차례대로 너에게 다가가.
또 너를 일으켜 세우지.
무릎의 피가 멈추고
호흡이 안정될 수 있을 때까지.
오래오래 너를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편들고
죽을 때까지 지켜줄 거야.
어쩌면 죽어가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널 지켜주는 어떤 힘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 그렇게,
보이지 않게 계속 말하고
소리치고 있는 거야.
.
그러니까 외면해선 안돼.
그런 사람이 너인 거야.
'여전히', '감히'
그 두 가지 단어를 오가면서
끝까지 살아가 보는 사람.
망망대해 너머를 궁금해하는 사람들.
우리가 더해져서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그래서 언젠가는 모두가 실제로 보이고 들릴 수 있다면 좋겠어.

작가의 이전글 초년생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