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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Apr 13. 2020

10. 빛나는 너에게

나의 소중한 친구, 나의 소중한 사람

"이번에는 다를 거야, 

우리가 숨긴 종이쪽지를 찾아오렴.

그럼 거기에 적힌 보물을 줄 거란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출발해.

너와 나는 항상 그다음이었지.



엉거주춤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을 털고

가장 먼저 눈길이 닿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친구들을 따라가.



이건 모두의 행진이래, 

나의 걸음이 다음의 너에게는 등불이 될 거래.



노을 속으로 먼저 떠났던 아이들은

숨겨놓은 보물을 찾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째서 내 눈에는

하얗고 빛나는 종이가 보이지 않는 건지,

식은땀은 흐르고 두 발은 떨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우연히 너를 본 거야,

나와 같은 표정으로

외로운 행진을 하고 있던 너를.



저녁 어스름은 찾아오는데

보물을 찾지 못한 숲길에서

내가 만난 유일한 희망이 너였다면,



그런 너를 만남으로써 

나는 너무 빠르지 않아도,

늘 처음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배웠다면



우리가 찾은 이것도 

보물이 될 수 있는 걸까?




동정하는 눈빛, 

무심코 던진 화살 같은 말.



그런 건 다 아무것도 아니야.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살아왔으니



불운들이 찾아와도 

고개 들고 계속해서 살아갈거야. 



서로가 서로에게 만들어준

이 실낱같은 거처가

나의 마지막 남은 보물이라고도

너에게 말해줄거야.


흙투성이가 된 줄 도 모르고 달려온 시간들.

도망친 다음 날에도 결국 돌아온 밤들.


그 시간들을 기억하는 한

이번에는 다를 거야, 

누군가 숨긴 종이쪽지는 찾지 않고

나의 체온은 누군가의 온기가 될 거야.



이 작은 꽃이 그냥 꽃이 된 게 아닌 것처럼

너는 내가 만난 친구들 중

가장 빛이 나는 사람이야.



보물을 찾지 않은 그 아이들

다시 만나 웃을 날

꼭 올 거야.



그 좋은 날 꼭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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