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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Oct 06. 2021

초등학교 때 적었던 장래희망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읽고 싶은 책, 나니아 연대기

 초등학교 1학년  존경하는 인물과 장래희망을 적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당시 위인전에  빠져있던 저는 망설임 없이 빈칸을 채웠습니다. 신사임당과 현모양처라는 단어로요. 위인전집 스무   유일한 여자였던 그분이 현모양처라고 하더라고요. 뜻도 모르고 가장 좋은 직업인  알고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위인전 대신 「캡틴 마블」이나 「나니아 연대기」를 보고 자랐다면 어땠을까요?


 나니아 연대기는  남매(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 막내인 ‘루시 옷장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며 시작되는 장르문학입니다. 나니아  위대한 사자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이들을 부릅니다. 그런데,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합니다. 용사로서 형편없었습니다. 에드먼드는 얼음여왕에게 속아서 나니아를 팔아넘기기도 합니다. 에드먼드뿐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힘을 합쳐도 부족한데 주인공끼리 싸우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반면 얼음여왕은 강력합니다. 저자는 악을 과소평가하지 않았거든요.



 미덕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립니다. 절대적인 기준보다 선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나이와 성별, 외모, 성격과도 상관없이요. 그저 대의를 위해 가진 용기를 낸다면 모두가 용사님이 됩니다. 처음부터 용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비겁한 사람도 용기를 낼 기회로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하거든요.

  근엄하고 빛나는 사자가 그려진  속에서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이든   있다는 용기는 덤이고요. 어렸을  읽었다면 장래희망은 현모양처가 아니라 용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잔인하고 악이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동화책이 많아요. 나무꾼이 선녀 옷을 훔치고 살림을 차린  엄연히 절도에 사기결혼 아닌가요? 세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얕잡아보지 않지만 희망은 품는 글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 글을 아이들과 저에게 선물해준 루이스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현모양처를 장래희망으로 적었던 초등학생은 현모와 양처가 되는 대신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씨름도 해보고,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도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좋은 일을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월급이랑 주변 반응이 매번 달랐고요. 어떤 일이든 퇴사하면 명함이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는데 말이에요. 누군가 다시 장래희망을 묻는다면 단어 대신 문장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잘하는 친절한 노동자가 되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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