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1일
거창한 제목을 썼지만 지금은 일상이 된 하루다. 오히려 일 할 때를 떠올리면 낯설다. 지금처럼 느지막이 일어나 해가 쨍쨍할 때 운동장을 달리는 건 아주 먼 미래 같았는데 오늘로 살아간다. 여전히 그립다.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말을 안 듣는다고 쥐 잡듯이 잡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을 한다.
오늘도 채용 사이트 속 자기소개서 칸에 깜박이는 커서를 흐린 눈으로 보고는 브런치스토리를 켰다. 아무튼 간 써 내려가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쓰는 자기소개서라 오히려 새롭다. 장점으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집순이고 인형 뽑기를 잘한다는 걸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토록 하찮고 직업에는 별 필요가 특성을 가졌는데 취업을 위해 쥐어짜서 써야 하고 어쩌다 보니 마감은 2일 남았다.
평소에 슬픈 노래 기피자인데 어떻게 된 게 유튜브 알고리즘에 슬픈 노래를 들어야 하는 영상이 떴다. 슬픈 감정을 외면한다고 슬픈 일이 생기지 않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인지 어제부터 좋아했던 슬픈 노래를 계속 읇조리게 된다. 브로콜리 너마저. 습관. 아주 오래된 노래들.
양치하고 나오는데 거실 안마의자에 앉아있는 아빠가 웬일로 말을 걸어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모는 셋, 외삼촌은 하나였고 대부분 장수했다는 외할머니 집안과 대조되는 친할아버지 집안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은 왠지 아주 먼 미래의 내가 오늘이 그리워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 삶에서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고 비교하며 작아질 때에도 문 밖에 너머 존재들이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