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내가 본 그간 일기는 이순신장군님, 안네프랑크, 데이비드브레이너드 등 유명인사가 쓴 기록이었다. 이 세 명이 일기장이 공개될 줄 알았더라면 솔직할 수 있었을까? 쿠팡드라마 안나에서는 사람은 자기만 보는 일기장에도 솔직하게 쓰지 못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아날로그인간이라 정말 솔직한 건 컴퓨터로 쓸 수 없고 일기장에도 실명거론을 못한다. 어쩌다 실명거론을 한 날을 다시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난다. 이날 왜 이렇게 솔직했지?
일기를 쓰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목적도 의미도 없는 일기를 브런치에 남발하고 있는 건 낭비라는 생각도 들지만, 내 안에 뭐라도 쓰고 싶은 인간이 하나 들어있다.
오늘은 어쩌면 이번주에 밖에서 사 먹었던 외식비를 다 합친 비용으로 한 끼를 얻어먹었다. 나중에 남자친구와 분위기 잡으러 오라고 하셨지만, 내가 사 줄 테니 먹자고 말하지 않는 이상 쉽사리 올만한 비용이 아니다. 그저 풍경이 아름다워 좋았다. 한강에 반짝이는 윤슬과 귀여운 오리들, 찬바람을 잠깐 잊을 수 있는 천장 높고 작고 귀여운 이파리들로 꾸며진 식당 내부까지.
한 끼 가격은 참 천차만별이다.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 하나, 감동란으로 먹는 한 끼부터 스테이크까지. 월화에는 엄마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햇반,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 썩 내키지 않아서 나는 참 까탈스러운 인간이구나 싶었는데 비싼 음식은 몇 번이고 이게 맞나 고민이 된다. 사실 가장 흡족하고 어쩐지 몸과 마음을 덥혀주는 끼니는 오늘 저녁에 먹은 엄마가 끓여준 된장국과 달걀프라이 2개, 명란, 멸치볶음, 시금치로 차려진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