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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an 03. 2024

이렇게 고요한 밤이 있었다

2024년 1월 1일

언제나 혼자인 삶을 집착했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 없었기에 더 꿈꿔온 것 같다. 특히 여성 작가들이 써낸 고요하고 안전한 묘사를 읽을 때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1인 가구로 살기'는 나의 꿈 중에 몇 안 되는 확실한 항목이었다. 동경을 많이 하면 허황된 마음만 커질 것 같은데, 시뮬레이션을 하도 많이 돌려서 기대가 사라지기도 했다. 막상 내가 외로움에 사무치면 어떻게든 룸메이트를 구하겠지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 주로 '별거 아니다, 크게 좋을 건 없다'라고 말했다. 그 사람들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 가끔 '예전으로 돌아가면 결혼 안 할 거야. 아이는 안 낳을 거야. 집에서 혼자 있는 공간이 필요해. 집에 늦게 들어가고 싶어'같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쩌다 혼자인 게 좋지 완전히 혼자가 되면 나도 못 살 것 같다. 


1인 가구로 살면서 완전히 혼자가 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혼자 지내고 싶다. 언제든, 가끔씩 이 집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믿음이 있다. 이런 삶은 지금 뿐이다. 현재를 살아야한다는 말이 이제야 맘에 든다. 다시 오지 않을 1인 가구 생활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 결혼 전에! 내가 혼자서 어떻게 지낼지가 너무 궁금하다. 


며칠 전에 룸메이트 동생이 이사를 갔고 그날 밤부터 친구들이 연이어 자고 갔다. 친구들을 자유롭게 초대해서 밤새 노는 것도 나의 로망 중 하나였다. 그리고 오늘은 1월 2일인데, 1월 1일 밤이야 말로 앞으로 기억 남을 새로운 시작이었다. 드디어 새해에 오롯이 혼자가 됐다. 


그날 밤 새벽에 잠에서 깼고 핸드폰 화면을 봤다. 정확히 시계는 4:00이라고 표시해 줬다. 이윽고 다른 방에 동생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유난히 칠흑 같은 깜깜한 주위를 살폈다. 보이는 게 없어서 눈을 뜬 건지 싶었다. 이런 게 혼자 사는 거구나. 집안에서 부를 이름 없고, 다툴 일도 없다. 냉장고 소리만 이따금 윙윙거렸다. 책상 위에 놓인 시계 초침소리가 시끄러워서 거실로 내놓는 김에 물 한잔을 마셨다. 고요함이 지나쳤다.  


이 기분은 내가 상상한 시뮬레이션에 없었다. 뭐,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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