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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Apr 25. 2024

얄팍한 비교

집 꾸미기 마음가짐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신혼집에 놀러 갔다 오면 그날 저녁에 청소를 했다. 신축 아파트에 반짝거리는 마감과 최신 가전제품들. 그에 비해 내가 꾸린 살림들이 초라한 건 어쩔 수 없다. 교체하지 않은 알루미늄 철문이나, 마음에 들지 않은 하얀 장판, 촌스러운 건지 아닌지 애매해서 그냥 내버려 둔 화장실의 타일이 더 눈에 띈다. 


그렇다고 우리 집이 싫어지진 않는다. 넓지도 크지도 않은 평수지만 우리 집에 친구들이 오면 나는 구석구석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당근 마켓에서 구한 침대와 책상의 가격도 말하고, 액자에 담긴 사진을 볼 때면 아빠가 찍은 사진들이라고 자랑했다. 집들이 선물로 받은 물건들은 그 친구들이 올 때마다 꼭 잘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줬다. 이야기가 넘쳐서 그만 말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고,  


이곳엔 조금 더 써야겠다. 노을 지는 부엌에 넓은 창을 볼 때면 이런 호사를 누리나 싶었다. 3년째 층간소음이 전혀 없는 것도 얼마나 큰 행운인지. 다른 아파트에 이사 가는 게 무서울 지경이다. 혼자 살기에 모든 공간을 충분히 쓰고 싶어서 티브이 없는 거실에 요가매트, 부엌엔 커피바 등. 서재엔 책과 카메라를 잔뜩 쌓아놓았다.


이런 행복을 잠시 잊고 산 것 같다. 남자친구를 만나 신혼집을 생각해 보고 혼수를 생각하니, 이때다 싶어 가장 비싸고 좋은 것들로만 눈이 간다. 그러면서도 공허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지금 나와있는 최고급의 가전제품들, 유행하는 인테리어가 우리 집이라는 생각을 하니 아무것도 설레지가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쇼핑도 좋아하고 무엇을 고르는 것도 좋아하고, 집을 꾸미는 건 더더욱 좋아하는데. 


내가 부러워한 모든지 새것으로 가득 찬 집을 내가 좋아하는 게 맞을까? 맞벌이 부부가 될 우리, 그리고 경제권을 합치기로 해서 뭔가 풍족해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 혼자라면 절대 하지 않을 가전들도 오빠를 만났기 때문에 어떤 '덕'을 보려는 마음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합치기로 한 이상 사지 않아도 우리의 돈으로 남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와중에 우리 엄마는 내가 살던 집에서 시작하니 신혼기분을 못 느낄까 봐 걱정이다. 이불은 꼭 사주 시겠다며 직접 가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다. 그러다가 식탁도 새로 샀고, 도배도 했고, 건조기도 샀다. 지금까진 이 정도가 적당하다. 그 이상은 살면서 채워보고 싶다.


앞으로 미션이 하나 더 있다. 오빠의 짐이 하나씩 넘어오면서 인테리어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불쑥불쑥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집 꾸미기에 어느 정도 재능도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이 그러게 말해줬고, 나도 내 공간이 마음에 든다.) 뭐든 어울리게 만드는 능력도 이 기회에 키워봐야겠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한결 편해진다. 그러면서 친구집에 놀러 가면 또 좋아 보이긴 하더라. 그냥 그런 거겠지. 새것은 새것대로 좋고 내가 쓰는 것도 오래된 정이 붙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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