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에세이
남편은 연애 전부터 기부하고 있는 보육원이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이벤트에는 제철 과일과 치킨을 한가득 보낸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단순히 기부금만 보내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는 국경 없는 의사회같이 비교적 큰 규모의 NGO에서 후원금을 자동이체하는 정도였지,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도와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내 생일에 맞춰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남편은 보육원에 과일을 사가자고 했다. 마트에서 탐스러운 복숭아를 골랐다. 아이들이 하나씩은 먹으려면 3박스는 사야 했고, 한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는 아니었다. 보육원에 도착해서 나도 어색하게 복숭아를 들고 따라나섰다.
오빠를 맞이하는 직원은 없었고 보육원도 조용했다. 전화받는 목소리만 작게 들렸다. 그분은 우리가 온 걸 눈치채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인사를 가볍게 나눈 후 남편 이름을 말하니 아주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그리고 나를 봤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아서 서로를 계속 궁금해하며 쳐다봤다.
먼저 생각난 건 나였다. 바로 몇 달 전까지 배드민턴을 같이 쳤던 레슨반 수강생이었던 것. 서로 비슷한 시간대에 레슨을 받아서 게임도 자주 했었다. 그 당시 약속한 친구처럼 매번 같이 운동한 터라 내적 친밀감이 생겼던 분이었다.
갑자기 나오지 않길래 무슨 일인지 궁금했는데, 아이를 가져서 당분간 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이를 궁금해하는 눈빛이길래 남편과 나는 얼마 전 결혼한 사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한참이나 축하해 줬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우연이 있나 신기해하며, 남편과 나의 겹치는 인연들이 하나 둘 만들어지는 게 새삼스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