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 낙동강 오리알
체스키크롬로프에서 빈으로 가는 고속버스에서 잘못 내린 적이 있다.
난 길을 잃는 일에 두려움이 큰 것 같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게 첫 번째 불안이었다. 직진도로를 지나 갈림길에서 기사님이 다른 길로 향할까 봐 늘 걱정했다. 그러면 빨리 말해서 내리려고 늘 앞자리를 선호했다. 기사님과 같은 풍경을 보면서 달리면서 ‘제발 제발’을 마음속에서 수십 번 외쳤다. 고학년 때쯤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행길은 늘 새로워서 익숙해서 편안해질 기회가 없다. 길 찾기가 여행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일이면서도 오래 기억 남는 일이다. 나는 지도도 잘 보고 길도 잘 찾는 편이다. 사람들에게 잘 물어볼 줄도 아는데 그런 능력치에 비해 걱정이 더 많은 것 같다.
남편과 연애 때 오스트리아에 간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예약해 둔 차편이 조금 복잡했다. 버스와 기차와 고속버스를 오갔는데, 연착이 되면서 시간이 급박해졌다. 그러다 내릴 곳보다 한참 전에 내리고야 말았다.
'오빠 여기 같아!!!! 하면서 큰 캐리어를 가지고 허겁지겁 내렸다.‘
당시 남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난 오랫동안 찾아봤기에 여기가 분명하다고 밀어붙였다. 내리고서야 여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날의 기억이 선명해서 블로그에 체스키크룸로프에서 빈 가는 길을 포스팅했다. 얼마 전 댓글로 문의가 오면서 그 시절 길 잃은 이야기를 남편에게 건넷더니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급하게 내리고 다시 거리가 꽤 되는 곳에 시내버스 정류장을 찾아서 다시 린츠역으로 향했고, 그 덕에 기차를 놓쳐서 표를 바꾸는 데 또 애를 먹었는데 말이다.
소상히 설명을 해도 기억이 나지 않자 나는 블로그 글과 사진을 보여주며 하나하나 설명했더니, 사진 한 장에서 기억을 추출해 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렇게 큰 사건이라고 생각 안 했다고, 시내버스 다시 탄 건 기억나는데 그때의 감정이나 했던 말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나에겐 여행에서 가장 기억 남는 낙동강 오리알 시리즈 중에 하나인데 말이다. 나에게 큰일이 그에게 기억도 안 날 만큼 별일이 아니라서 오히려 좋았다. 길 잃는 두려움 없는 남편과 여기저기 오래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