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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슬픔이 깔려있어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

by 김아울

나에게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을 겪고 있다. 미디어에서 잔뜩 준 겁을 고스란히 받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다. 그간 자극적인 뉴스들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나 보다.


비슷한 일을 겪은 친구는 '우리 가족에게 잔잔한 슬픔이 깔려있다'라고 말했다. 나도 그런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서정적인 노래들을 감상하기 어렵긴 하다. 대나무숲 같은 이 브런치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기 어려운 걸 보면 완전히 치유가 되진 못한 것 같다. 자랑할 일도, 아무렇지 않은 일도 아니다.


남편은 나와 함께 일주일간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집에서 삼시세끼 해 먹고 있다. 배달도 자주 시켰다. 예전처럼 일상을 나른하게 보내고 있다. 어제는 타지에 사는 친구가 놀러 와서 점심에 만나 함께 죽을 먹었다. 처음 가는 집인데, 내가 좋아할 맛이라는 걸 미리 알고 좋아했다.


힘든 일을 겪었다고 알아주는 친구, 함께 슬픔을 보내고 있는 남편,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주는 우리 엄마. 공감을 너무 잘해주는 내 동생, 나 말고 이 이야기에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아 고마웠다. 내가 더 슬퍼할까 봐 기어코 참아내는 듬직한 사람들. 이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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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김아울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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