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의 투자얘기
신변의 변화가 생겨 갑자기 집을 옮기고 싶어졌다. 못 갈 형편은 아닌데 지금이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친척 중 한 명이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면서 집을 내놓게 된 건데, 신혼부부가 된 우리에게 들어와 살라고 하셨다. 우리 집에 비해 딱 다섯 배 상급지인 거기에 가려면 대출을 꽤나 받아야 했다.
신혼 초기엔 이렇게 지내고 나중에 멋진 집을 짓는 게 꿈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더 좋은 데를 가게 되려나 싶었다. 하루는 설렜다. 남편은 원하면 가자고 했다. 돈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이 됐다. 설레지가 않고 뭔가 찜찜하다. 잘 생각해 보니 여기서 5년은 살기로 한 이유가 명확히 있었다. 여기 있는 동안 모아서 전원주택을 짓기.
당장 이사 가면 1년에 최소 천만 원의 고정비가 든다. 게다가 큰 집에 맞는 물건들을 하나 둘 사재 끼다 보면? 이사비용에 세금, 소소한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 연 천만 원어치의 행복이 맞을까? 단순히 집의 컨디션이 더 좋은 건 맞는데 집의 위치상 현재에 누리는 것도 많았다.
숲으로 향하는 길이 아파트 뒷길로 바로 나있고, 시민들에게 열려있는 옆 고등학교 운동장, 걸어서 5분에 시립도서관, 내가 좋아하는 배드민턴 체육관 등. 집 내부 빼고 활동하는 영역은 이곳이 훨씬 다채로웠다. 결국 마음대로 하라길래 안 가기로 결정했다. 분수에 이게 맞다. 괜히 증권계좌를 켜서 수익률을 확인해 봤다. 이사 가면 이것도 깰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잘 지켜냈다. 소중한 돈. 가려다 안 가니 천만 원을 더 모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