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집밥이 양가에서 이렇게 도착합니다

시댁과 친정의 다른 문화

by 김아울

우리부부의 외식 비율은 일주일에 고작 한두 번. 나머지 집에서 직접 요리한다. 덕분에 결혼 후 '집밥의 무게'를 실감했다. 대충 때워도 될 것 같은데 괜히 한끼 정식처럼 차려야 할 것 같아 괴로울 때도 있었다.


집밥 소식은 양가 어머님들이 안심하고 뿌듯해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집에 갈 때마다 식재료가 따라왔다. 문제는 두 분의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 나는 오직 친정 엄마 방식에만 길들여져 있었다.


친정엄마는 늘 음식을 바로 꺼내 먹을 수 있게 요리해 주신다. 국은 얼려서 소분해 주시고, 반찬은 좋아하는 걸로 2주치. 다시 손 댈 필요가 없다. 마치 집밥 버전 레토르트다. 이 편한 세상을 15년 넘게 이어오고 있었다.

반대로 시어머니는 '산지 유기농 원재료 패키지'를 선물하신다. 뿌리째 갓 뽑은 파, 망에 든 마늘, 최근에 낳은 달걀. 텃밭과 닭장에서 바로 온 것들이었다. 처음엔 손질할 생각에 막막해서 남편에게 괜히 툴툴댄 적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어머니는 집안일을 나 혼자 짊어지라고 맡기신 적이 없다. 시댁에 가면 오히려 부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시고, 늘 귀하게 대해주셨다. 단지, 엄마와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시어머니의 선물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우리가 올 날에 맞춰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닭이 낳은 알은 꼭 한판을 모아 채워주신다. 항생제도, 성장촉진제도 없이 자란 건강하게 키운 닭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재료다.


친정의 음식은 편리함을 건네는 정성, 시댁의 재료는 건강한 자연을 담았다. 제철 식재료 덕분에 나도 부지런히 요리를 배우게 되었고, 친정엄마의 요리 솜씨를 닮아가려는 길에 그 채소들이 훌륭한 재료가 됐다.


ps.

다만 우리 부부는 늘 먹을 만큼만 가져온다. 그래야 실랑이 끝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다.



keyword
금요일 연재
김아울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구독자 504
이전 21화상급지 가려다 정신 차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