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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못 보는 어른

사라진 무지개를 찾아서

by 김아울

어젯밤 꿈에서 무지개를 봤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개였다. 무지개가 서로 얽혀 하늘 가득 걸려있었다. 쌍무지개가 최대 아니었나? 역시 꿈은 상상이상이다. 시작점이 바로 내 근처라 고개를 들어 올리면 잡힐 듯했다. 현실보다 더 선명해서 겁이 날 정도였다. 꿈에서도 감탄했다.


와 무지개 정말 오랜만이다


잠에서 깨자마자 머리맡의 꿈 일기장을 폈다. '10월 30일 무지개 다섯 개 봄. 겁나 큼, 심지어 다섯 개' 그리고 남편에게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꿈을 거의 꾸지 않는 남편은 매일매일 꿈을 꾸는 나를 신기해했다. 나도 금세 잊어버리기엔 아까워서, 이렇게 적어두고 말을 한다. 적지 않고 오분이라도 그냥 지나면 금세 꿈이 사라져 버린다. 다시 일기장을 펴보면 기억도 안 날 장면들이 대다수다.


'오늘도 꿈꿨어. 무지개를 다섯 개나 봤어!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는 왜 잘 안 보이지?'


'음.. 밖에서 잘 안 놀아서 그러는 거 아닐까?'


'그건 당연한데, 우리 정도면 주말마다 밖에 나가는 편이잖아.'


'그 정도가 아니라, 비가 와도 밖에서 놀고 있어야 해. 비가 그쳐야 무지개가 뜨니까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던 거지'


'아 그 차이네.. 어릴 적에는 비가 와도 뛰어다녔지. 무지개를 자주 보는 건 당연했겠다.'


요즘 내 패턴만 봐도 흐린 날씨엔 주로 집에만 있는다. 대체로 '날 좋은 날'만 골라서 나가니까. 어릴 적 무지개는 늘 놀다가 마주쳤었다. 친구가 먼저 외치거나 내가 발견하거나. 그럼 우리는 무지개 방향으로 달리기도 하고, 누구네 마을에서 시작된 것 같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최근에 무지개를 어디서 봤더라? 기억나는 건 차 안에서였다. 도로 위를 달리던 중 스쳐가던 장면들. 순식간에 멀어지는 무지개를 아쉬워했었다. 다시 무지개를 보고 싶어졌다. 비가 와도 밖에 나가봐야겠다. 도시보다 시골 쪽이 더 잘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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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울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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