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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 May 25. 2021

오늘부터 키미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현님,키미님 책은 왜 이리 잘 팔릴까요?”

현님, 키미님 책은  이리  팔릴까요?”  질문을 여러 명에게 받았다. 여기에는  가지 전제가 있다. 무명 저자의  책은 초판을  팔기 쉽지 않다는 사실. 그럼에도 키미의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이하 ‘오나브’) 출간  달여 만에 5쇄를 찍었다. (키미를 전혀 모르는 나의 지인도 자신의 블로그에  리뷰를 올렸다.) 내가 저자도 아닌데  비결을 어찌 알겠냐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가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시장 반응은 냉철하며 정직하다. 그 이유에는 분명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우선 컨셉의 승리.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다룬 책은 여전히 많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나의 브랜드’와 어떻게 연결 지을지 풀어낸 책은 많지 않았다. 브랜드의 기본 원리와 기업 브랜드 전략 → ‘나’에 대입 → 퍼스널 브랜딩 전략이 나올 것,이란 가설을 20가지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입증하고 있다. 그것도 최대한 쉽게.


저자 발굴의 승리. 이 기획으로 쓸 수 있는 필진도 무궁무진하다. 경영대학에서 MBA를 가르치는 교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취재해온 기자 등이 손쉽게 떠오르지만, 담당 편집자는 새로운 이력의 저자를 발굴했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자 “퇴사하면 한낱 미물이 될까 두려웠”다는 키미다. ‘김혜민’이란 본명 대신 김키미로 적은 것부터가 남다르다. 작가의 브랜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브런치’의 우호적인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 (여기서 저자를 발굴한 ‘호주박’ 편집자에게 박수를. 요즘은 부캐가 대세인가. 본명이 박호주인지, 영문명이 Australia Park인지 여전히 모르겠음)


컨셉에 적합한 저자를 발굴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걸 실제로 집필하는 과정이 제일 어려운데, 키미가 그걸 해냈다. 개인적으로 저자와 아는 사이라 초기부터 이 책의 기획안과 목차를 엿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내 피드백은 “문헌 조사나 사례 연구로 빼곡한 박사논문 같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머쓱할 정도로 키미는 술술 읽히도록 잘 썼다. 브랜드나 기업 사례를 다룬 글이, 읽기엔 쉬워 보여도 막상 쓰기 어려운 원고이기 때문이다. 각 챕터 뒤에 꼼꼼하게 적힌 ‘참고 자료’ 목록을 보면서 저자가 얼마나 성실히 조사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왼쪽은 김키미 님이 보낸 메일, 나머지 두 개는 나의 답장 일부. 돌이켜보니 내가 누구에게 조언할 입장은 아닌 듯...


책이 잘 팔리는 데에는 눈에 띄는 주황빛 표지, 웨일북의 훌륭한 초도 배본, 공격적인 세일즈 등도 있겠지만 이쪽에 대해서는 내가 자세히 모르므로 패스. 기본적으로 상품이 괜찮으니 시장 타이밍이든 마케팅이든 조화롭게 어우러졌다고 본다.


눈에 띄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의 표지 ©손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고 싶다. (나만 알고 싶은 키미의 강점이자 매력인데) 바로 저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시대의 흐름에 반응하는 올바른 감각’이라고 에필로그에 적었듯 그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요즘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나 또한 글을 발행하기 전 자기 검열이 필요할 땐 키미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니. 아무쪼록 조직과 개인의 브랜드가 공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솔함과 겸손, 고민과 위트를 독자도 알아본 게 아닐까 싶다.


무명 저자의 첫 책은 초판을 다 팔기 쉽지 않다. 이 말도 여전히 맞다. 그러나 이번엔 틀렸다. 앞서 언급한 위 요소들 때문이다. 결과론에 바탕을 둔 해석일 수도 있으나, 다양한 종류의 기획에 적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 팔리는 책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면서도 부럽다. 옆에서 지켜본 동료로서 그의 고생이 시장에서 보상받은 것 같아 더욱 기쁘다. 앞으로도 ‘오나브’가 계속 잘 팔리면 좋겠다.


Note(2021.5.25) 콘텐츠 씬에서 일하다 보니 지인들의 출간 소식, 출판사 대표님들의 신간 소식 등을 종종 접하곤 합니다. 그만큼 받은 책이 많은데, 막상 리뷰를 올린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저 역시 콘텐츠 소비보다는 생산 쪽에 시간을 더 쓰느라 막상 한 권의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평소에 많은 양의 글을 읽지만, 대부분 개별 아티클이나 보고서 단위인 경우도 많았고요.


한편 낱개의 URL로 떠다니는 글과 단행본 한 권의 무게는 여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단순히 설명하자면, 특정 주제 의식을 가진 몇백 페이지의 종이가 풀이나 실을 통해 엮인 꼴인데 그렇게 엮기까지가 쉽진 않으니까요.


한 권의 책이 시장에 온전히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아는 사람으로서, 그 노고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셀프 반성하며 앞으로는 제가 접한 책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리뷰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공유한다는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참에 해시태그도 만들었습니다. #뜨스구스북스


+ 김키미의 브런치, 채널예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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