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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 Nov 19. 2021

아빠, 테니스, 에디터

휘슬레터 인터뷰 전문

지난 9월 말, 매거진 <휘슬>을 발행하는 노사이드스튜디오에서 (뉴스레터에 실릴) 인터뷰 요청이 왔다. 마침 이곳에서 일하는 용직 님과는 2019년에도 팟캐스트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어쩌다 보니 내가 매번 인터뷰를 당하는 쪽이다.


2년 사이 우리는 둘 다 회사를 옮겼고 각각 아버지가 됐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용직 님의 딸이 80일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정도.


"일과 삶에서 현재 진행 중인 현 님의 '전환'을 큰 줄기로 삼아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용직 님의 제안에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나와 비슷한 생애주기에 있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랜만에 다시 만나 인터뷰인지 친구와의 대화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고 덕분에 최근의 고민과 화두를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노사이드스튜디오의 허락을 구하고, 브런치에 인터뷰 전문을 옮긴다.


'쓸 만한 가치. 혹은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 사전에서 ‘쓸모’를 검색하면 나타나는 단어의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많은 사람들의 쓸모를 충족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수단은 무엇일까요?


퍼블리, 매거진 B를 거쳐 현재 토스의 콘텐츠 매니저로 일하는 손현 에디터의 <글쓰기의 쓸모>를 봅니다. 우리는 ‘글쓰기’라는 기능이자 행위가 자발적/비자발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쓸모를 오랜 기간 충족해 온 매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일까요? 그의 책 <글쓰기의 쓸모> 첫 장은 “글쓰기가 내 삶을 증명하기 시작했다”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글쓰기가 삶의 반영이라면 올해 일과 육아를 통해 다양한 변화를 맞닥뜨린 그는 어떤 ‘쓸모의 변화’를 겪고 있을까요?

서울 장충 테니스 코트, 2020년

(인터뷰이 : 토스 콘텐츠 매니저 손현, 인터뷰어 : 노사이드 스튜디오 용직)


권용직(이하 생략): 요즘, 하루 혹은 일주일을 보내는 사이클이 궁금해요. 참고로 저도 아빠가 된 이후로는 아무것도 계획대로 하지 못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사이클이 있다면? 

손현(이하 생략): 아무래도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저의 시간이 더 이상 제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래도 최소한은 늘 몸을 쓰는 활동을 반복하려고 해요. 회사가 역삼역에 있는데, 일부러 선릉역에 내려서 한 정거장을 걸어서 출근해요. 그래 봤자 20분가량을 더 걷는 건데, 이 시간이 꽤 숨통을 트이게 해 주더라고요. 놓치고 있던 생각들도 다잡게 되고, 풀리지 않던 고민들도 떠올려보게 되고요.


주말이 되면 날씨 좋은 날 아내와 함께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는 게 정말 소중해졌죠. 마지막으로, 일요일 저녁마다 친구들과 세 시간 정도 테니스를 쳐요. 이 정도만 잘 반복할 수 있어도 충분히 일상을 지탱할 만하더라고요.


최근에 했던 생각이나 잡념들 중에 스스로 흥미롭다고 느꼈던 것이 있나요?

얼마 전 주말에, 서울숲에서 두 시간 정도 아기를 데리고 산책을 했어요. 그때 주변을 둘러보니 추운 날씨에도 생각보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종종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보이고, 스케이드보드 파크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보다 보니, 바퀴라는 것을 발명한 것이 우리에게 엄청난 진화를 가져왔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아기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거의 나아가지 못하는데, 바퀴가 있는 유모차 덕에 굴러가잖아요. 보통 인류 역사에서 모터를 발명한 것이 아주 큰 변화의 축이라고 하지만, 모터가 없어도 자력으로 굴러갈 수 있으려면 결국 바퀴가 가장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웃음), 바퀴의 형태적인 특징인 ‘원’에 대해 생각했어요. 원은 이론적으로는 모서리(엣지)가 없잖아요? 현대인들은 저마다 모두 ‘엣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바퀴를 보니 반대로 ‘엣지가 없어야 오래 쓰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구도, 우주의 행성들도 모두 원과 구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 이것이야말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문득 아이 얼굴을 봤는데 참 동글동글하게 생긴 거예요. 그래서 결국, ‘이 곡선과 귀여움, 원의 형태는 서로 통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들으면서 떠올려보니, 원과 달리 사각의 형태는 사실상 경쟁적인 구도를 부여할 때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거의 모든 경기 코트는 사각이니까요. 

그러네요. 스모나 씨름 같은 종목을 제외하면요. 그 안에서 플레이할 때 쓰이는 공은 둥글다는 것도 흥미롭고요.


그럼, 테니스는 언제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처음 레슨을 받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어요. 그때 몇몇 친한 친구들이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어서,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멋져 보여서 레슨을 받았죠. 그런데 그때는 막상 오랫동안 치지는 못 했어요. 어린 마음에 싫증을 빨리 냈죠.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도 테니스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접점은 계속 만들어 왔어요. 그러다 성인이 되고 나서 ‘아, 이번에는 제대로 레슨을 받아봐야겠다’


테니스가 마스터하기 어려운 스포츠라면, 현 님은 테니스를 배우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던가요?

물론 다른 스포츠 종목도 비슷하겠지만, 테니스는 특히 기본자세가 너무 중요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포핸드 스트로크 자세가 정석대로 체득되려면 정말 많은 연습을 해야 해요. 그런데 보통 성인이 되어서 레슨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니, 만약 초기에 잘못된 자세로 레슨을 받게 되면 그걸 교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들고요. 제 경우가 그랬어요. 초반에 레슨을 조금 잘못 받아서, 포핸드 자세를 교정하느라 시간을 꽤 썼어요. 요즘에는 서브가 잘 안 돼서 그 점이 어렵고요.

 

‘잘 배우는 것의 중요함’을 느끼셨다면, 자연스럽게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실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예전에는 아기를 낳는 것에 대해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는 아이가 나에게 영향을 받는 게 부담스러워서’ 였거든요. 물론 여러 이유로 생각을 전환하게 되면서 지금은 아빠가 되었지만요.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 왜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셨어요?

 

저 같은 경우는, 20대 때 방황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절이었는데,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에서 좋든 나쁘든 어떠한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예전에는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상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결국은 누구나 독립적인 존재로서 살아가야 건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를 낳으면서도 크게 아이에게 바라거나 기대지 말아야겠다고 끊임없이 다짐하고 있어요. ‘이 아이가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조차 하지 말자’는 거죠.


다만 잘못된 가르침의 경우 좋은 코치를 다시 만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도 성장통을 겪으면서 부모님과의 갈등이나 내적 고민들이 있었는데, 궁극적으로 자발적인 화해와 해결의 계기는 늘 스포츠였어요. 러닝이든 테니스든, 진로나 독립에 대한 방황을 하면서 스스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스포츠였던 거죠. 그래서인지 아이에게 스포츠 하나는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자는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어요.


나중에 아기가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통해서 본인이 스스로 방향을 찾고, 삶의 주도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스포츠라는 게 그렇잖아요. 배우면서 좌절도 하고, 화도 나고, 분풀이도 하고요. 그러다가는 어느 순간 실력이 늘고 안 되던 동작이 되기 시작하면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 다양한 희로애락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때로 코치 역할을 해 주거나, 그럴 수 없다면 좋은 코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서울 장충 테니스 코트, 2020년

혹시, 현 님과 테니스가 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맞다면, 어떤 면에서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스포츠 종목 중에서,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하는 것에는 조금 취약했던 편이기도 했고요. 농구 같은 경우는 안경을 어릴 때부터 쓰다 보니 농구공이 안경에 계속 맞아서 부러지는 게 싫기도 했고, 축구 같은 종목도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서 하는 종목을 즐기게 됐어요. 수영, 조깅 등 여러 가지를 해 봤는데 테니스는 혼자 하는 경우도 있고, 많아야 두 명이 팀을 이뤄서 하더라고요. 소수의 인원으로 합을 맞추기도 좋고, 때로는 혼자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코트에서 단식경기를 하다 보면 귀에 제 호흡 소리만 들릴 때가 있어요. 친구들이 제 경기를 보고 있으면 압박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 경험들은 물론 프로 선수들에 비할 바는 되지 않겠지만 그런 감정과 경험들이 성장을 깨우치는 데는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테니스는 내게 위대한 스포츠다. 테니스를 통해 스스로를 잘 배웠다. 이곳에는 숨을 곳도, 헬멧도, 팀도 없다. 오직 나 자신만 있을 뿐이다."

-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방금 이야기 중에 두 명이서 즐기는 테니스 복식을 떠올리다 보니,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도 부부는 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결혼 준비를 할 때에, ‘이건 둘이서 하는 팀플이다’라고 느꼈거든요. 게다가 아이를 낳고 나면 부부의 팀 프로젝트 대상이 하나로 좁혀지잖아요. 그러다 보니 역할이 전보다는 더 구분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현 님의 육아 팀플은 어떠세요?

팀플이라는 말에 정말 동의하고요. 그래서인지 양 실장(손현 에디터는 아내를 종종 양 실장이라고 부른다)이 저에게 <페어플레이>라는 책을 추천했었어요. 부부 사이의 가사 노동 등에 대해 목록을 작성하고, 누가 무엇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톺아보는 프로젝트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아직 그걸 다 못 읽어서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한데요(웃음).


결론적으로 현재 주 양육자인 아내가 수행하는 일이 훨씬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분유가 떨어져 갈 때에 늦지 않게 주문한다든지, 당*마켓으로 필요한 육아용품들을 팔고 사고하는 것들처럼요. 그래서 팀 내에서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아내는 구매와 관련된 일과 전반적인 디렉션을 맡고 있어요. 저는 유지보수나 시설관리(이를테면 젖병 열탕 소독 같은 것들)를 가장 많이 하죠.


음, 수행자의 역할이네요. 테니스로 비유하면 양 실장님이 플레잉코치이고 현 님은 테니스 선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반대쪽에서는 아이가 공을 받아치고 있고요. 물론 그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요(웃음).

맞아요. 공이 바깥으로 나가면 그것도 다시 주워와야 하죠. 그런데 팀플을 하다 보니 아내 입장에서는 감독의 역할을 함께 해 줬으면 하는 니즈가 있더라고요. 당연히 저도 함께 해야 하는 게 맞는데, 잘 아시겠지만 우리가 이 모든 것들을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보니 때로는 버거울 때도 있어서 그때마다 소소한 갈등도 있기는 해요.


그렇죠. 저도 미안함과 동시에 스스로 무력함을 조금씩 느낄 때가 있어요. 이를테면,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저는 출근길에 입을 제 가을 옷을 꺼내는 데 급급했다면 아내는 이미 아기 패딩을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물론 양육을 하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사려의 깊이도 다를 테지만 그럴 때마다 조금은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기도 해요.

네, 분명히 ‘더 신경 써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도 그게 고민이에요. 일단 지금은, 아내에게 변명처럼 ‘지금은 주 양육자가 내가 아니지만, 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면 역할을 잘 바꾸어보자’고 말하곤 해요. 내년이 되면 제가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맞아요. 사실 감독의 역할을 맡고 있는 아내 입장(주 양육자)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실상 ‘투잡 뛰는 사람’인 거죠.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고요. 그렇다고 둘 중의 하나가 투잡을 뛰지 않으면 아이에게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하기 힘들어질 테죠. 이게 참, 딜레마인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욕심을 조금씩은 덜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 할 테지만 모든 부분에서 베스트 퍼포먼스를 낼 수는 없는 것이죠. 중요한 것들을 지속하기 위해 각각의 영역에서 70% 정도만 해 보자고 조금은 여유를 가지는 게 부부에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쨌거나 두 개를 합치면 140%를 해 내는 것이니까요. 갑자기 이렇게 자기 합리화가 되어 버리네요? (웃음).



올해 11월 초부터 서울숲 테니스 코트에서 다시 레슨을 시작했다.

현 님은 상황에 따라 스스로 낼 수 있는 노력의 정도를 잘 가늠하시는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나의 한계와 가능성을 잘 아는 게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말인데, 브랜딩의 영역에서 현 님이 하나의 서비스나 프로덕트라면 다른 것들과의 유사점(parity)과 차별점(differentiation)을 무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중요한 질문이네요. 여기, 상충되는 두 개의 명제가 있어요. 하나는 ‘나는 특별하다’는 것과 ‘나는 결국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모든 인간의 욕망은 본질적으로 같다)’요. 저는 이 두 명제가 공존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저의 데모그래픽은 유사점이 되겠죠. ‘IT 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30대 남자, 맞벌이를 하는 3인 가구, 자녀는 한 명.’ 이런 점에서는 제가 쓸 수 있는 글이나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분명 남들과 비슷비슷한 틀 안에 놓여있겠죠.


그러면 그 와중에 차별점은 무엇일지 생각하다 보면 결국 그것은 제가 살아온 여정과 걸어온 길, 커리어 패스의 특수성 등이 저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는 것 같아요. 직업을 크게 한 번 전환했다든지, 글쓰기에 대한 개인 저서를 내고 지금 IT기업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처럼요.


이런 경험의 특수성은 사실 다른 사람들이 대체할 수는 없다고 봐요. 이처럼 세상 사람들 모두 유사점과 동시에 고유성을 갖추고 있기에 누구나 최소한 책 한 권씩은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각자 살아온 여정 자체가 오리지널 콘텐츠이니까요. 물론 그래서 두 번째 책부터가 정말 어렵다고들 하지만요.


"행복을 갈망하고 고통을 피하기 원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 존재다."

- 달라이 라마, <당신은 행복한가> 중


그러고 보니 현 님은 두 번째 책까지 쓰셨네요. 오히려 저는 세 번째 책이 더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첫 번째 책인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는 발산하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면, 두 번째 책인 <글쓰기의 쓸모>는 제목에서도 잘 드러나듯 목표를 위해 체계적으로 수렴하는 콘텐츠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침 세 번째 책은 내년 여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출간 계약은 했는데, 지금 원고를 하나도 못 써서 걱정이에요. 주제를 살짝 공개하자면 ‘기획’에 대한 내용이에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현 님에게 최근 가장 임팩트 있는 쓸모를 발휘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세상에 막 태어난 제 딸이 그런 역할을 하죠. 아이로 인해 여러모로 저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전형적인 대답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나의 존재를 키우는 과정에서 이런 점들을 새롭게 발휘할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늘 다시 깨닫거든요. 예를 들면 제 팔이 아이를 재우기 위한 쓸모를 발휘하기도 하고, 분유를 정확히 계량해서 타는 능력을 얻기도 하고요. 아이를 웃기려다 보니 안 쓰던 얼굴 근육을 쓰기도 하죠. 이렇게 여러 가지 새로운 쓸모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또 다른 쓸모는 테니스 공에서 발견하기도 해요. 공은 그냥 공일뿐인데, 이걸 가지고 노는 사람으로 인해 새로운 쓸모가 생기는 거잖아요. 옆면을 깎아 치거나, 아래에서 위로 감아올려 쳐서 스핀도 생기고요. 그렇게 공에게 움직임을 부여해서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주는 것도 재미있어요.


공통점은, 결국 둘 다 둥글둥글하다는 점이네요. 예전에는 둥글둥글한 게 그저 세상과 타협하는, 그저 엣지 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진정한 승자는 마치 몽돌처럼 둥근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로움. 그런 모습의 쓸모가 요즘은 참 멋져요. <끝>


이 인터뷰는 열일곱 번째 휘슬레터에 실렸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 권용직 (노사이드스튜디오 CMO, 다온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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