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하순, 수현이 코로나에 걸려 집을 떠나 시내의 다른 숙소에서 며칠 격리 중이던 때가 있었다. 체크아웃 전날 밤, 송이를 데리고 마스크 쓴 수현을 잠깐 보러 갔다. 다시 둘만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나눈 짧은 대화가 떠오른다.
“엄마 보고 싶지 않아?”
“지금도 보고 싶어.”
최근 한 달 동안 세 식구가 번갈아 가며 아팠다. 송이와 나는 코로나를 피했지만, 9월 초엔 송이에게 고열을 동반한 아데노 바이러스 의심 증상이 있었다.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도 못 갔다. 나는 송이에게 바이러스를 옮은 건지, 뒤늦게 눈에 염증이 생겼다. 요즘도 안약을 열심히 넣고 있다.
이럴 땐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믿게 된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지만, 그럼에도 뜨끈하던 이마의 열이 내려가고, 푹 자는 동안 몸의 피로가 풀리는 걸 보면, 덩어리 시간의 효력을 느낀다. (물론 비상상황마다 도움을 주신 우리의 부모님들께도 늘 감사를… )
아침과 밤바람이 제법 차갑다. 송이는 그새 한 뼘가량 키가 더 컸고,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할 줄도 안다. 돌봄 선생님의 수첩에서는 송이의 이런 말도 들었다.
“거실에서 책도 읽고 놀이를 하다가 베란다 쪽 거실창으로 가더니 "엄마 천천히 오세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왜 그렇게 얘기했냐고 물었더니 "빠방이 꽝" 하면 안 되니까 천천히 와야지, 라고 한다. 가끔 비 오는 날이면 거실 유리창에 서서 "아빠 조심히 오세요. 미끄러지지 말고..."라고 하기도 한다.”
사진첩을 보며 부쩍 큰 송이 모습에 놀라고 한다. 지난 계절 동안 우리는 부지런히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고, 플리마켓에 참여했고, 물놀이를 했고 틈틈이 하늘도 봤다. 아직 뭘 가르친 건 없지만 송이가 우리와 놀러 다니는 동안 나름대로 자가학습한 거겠지.
내가 아이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송이에게 베푼 것보다 받고 있는 게 더 큰지도 모르겠다. 송이의 호시절이 천천히 흐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