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에서 리더로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진도는 더디지만, 꾸준히 진행 중인 시리즈. 회사에서 리더십 포지션(주로 헤드)에 있는 분들의 일과 삶을 인터뷰로 풀고 있다.
회사에서나 영향력이 크지만, 밖에서 보기엔 평범한 직장인 중 하나일 텐데 '이런 인터뷰를 누가 읽을까' 싶은 의심을 떨치고 어떻게든 잘 읽히게 만드는 게 요즘의 내 고민. 좋은 내용은 많은데 포장과 유통이 어렵다.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을 피하고자 인물 사진을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고, 대신 음성을 일부 넣었다. 아래는 어제 발행한 2화 Head of UX 인터뷰 내용 일부.
신입 헤드로 일해보니 어떠셨나요?
그동안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디자인 실무를 했는데, 헤드가 되면서 해야 할 일이 바뀌니 불안했어요. 디자인을 안 하면 나는 뭘 해야 할까. 포지션이 모호해서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힘들었어요. 헤드를 맡은 초기에는 디자인 챕터를 제외한 다른 직군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거든요. 제가 프로덕트 오너(PO)에게 문제 제기를 하거나 뭔가 개선해 보자고 하면, ‘다른 팀 리더가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라고 생각하는 상황이었죠. 맥락이 없으니까요. 정식 헤드로 팀에 인정받고 신뢰를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하긴 토스팀에서는 인사 발령 내듯 ‘권위’를 부여하지 않잖아요. 일하는 동안 팀원 간의 권위를 얻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지난했을 것 같아요.
크게 좌절한 적도 있어요. 액팅 헤드를 맡은 지 6개월이 지나고 중간 피드백을 받았는데, ‘액팅’이란 단어를 떼지 못했어요. 디자인 직군과 달리 PO 직군에서는 아직 온전히 신뢰하는 단계가 아니라고 했거든요. 그때는 회사 체계가 덜 갖춰져 있어서 심지어 누가 피드백 했는지도 몰랐어요.
터프하군요.
피드백의 기준이 없어서 더 어려웠어요. 왜 아직 헤드로 신뢰할 수 없는지, 무얼 기대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감상과 느낌에 불과했거든요. 제가 뭘 해야 나아질 수 있는지 답을 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다른 팀 리더에게 ‘너무 힘들다, 못하겠어’라고 말했어요. 주말에는 그 생각으로 스트레스받고, 어두워진 내면이 바닥을 쳤죠. 결국 팀 메신저에 제가 맡은 역할을 “내려놓으려고” 한다고 올렸어요.
오죽 힘드셨으면….
그런데 제 하소연이나 고백에 어느 누구도 ‘그래, 너 못할 줄 알았어’라고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들 공감하고 잘 들어주셨어요. 조금씩 시야가 걷히더군요.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스스로였구나.’ 피드백에 저에 대한 공격이나 비난, 질타가 담긴 건 아니었거든요. 아직 아닌 거 같다는 느낌뿐이었죠. 그런데 저만 제 자신을 압박했으니까요. (이 부분의 음성은 토스피드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자신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군요.
강박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무안하지만, 그때 쓴 장문의 글에 2~3일 뒤에 “다시 해볼게요”라고 하며 번복했죠. 굳이 액팅을 떼야할까. 이대로 10년, 20년 하지 뭐. 왜냐면 제가 이걸 챙기지 않을 때 생기는 공백들이 커서,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팀 차원에서도 가치 있었거든요. 그 뒤로는 일하는 게 더 쉽고 재밌고 여유로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헤드로서의 신뢰도 쌓였어요.
이런 성향에 영향을 미친 어릴 적 기억이 있나요?
제 어머니에게 완벽주의 성향이나 강박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수납을 비롯해 살림이나 요리도 엄청 잘하시거든요. 이런 환경을 보며 자라왔으니 기질이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겠죠?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순 없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는 영역에서는 한없이 느슨한 대신, 신경 쓰는 영역에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써요. 선택과 집중의 문제죠.
그때 경험을 회고한 글을 보니 “성장은 계단보다는 번지점프더라”라고 적었더라고요.
계단은 안전해요. 죽을 위험도 없죠. 앞이 보이고, 그걸 차곡차곡 오르면 되잖아요. 힘들면 잠깐 쉬었다 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에게 성장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과 같아요. 계단을 오르는 것보다는 번지점프대 앞에서 뛰어내리는 느낌이거든요. 물론 로프는 달려 있어요. 제가 신입 헤드로 잘 못해도 회사가 저를 쫓아내거나 사람들이 비판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아요. 그런데도 그런 상황에 처하면 정말 죽을 것 같거든요.
두려움의 다섯 가지 요소 중에 ‘자아의 죽음’도 있잖아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집단에서 받는 창피, 수치심도 큰 공포 중 하나죠.
맞아요. 다만, 그 두려움을 저 혼자만 느꼈던 거죠.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거든요. 제가 좀 부족하더라도, ‘못하겠어, 어려워, 도와줘’라고 말해도 괜찮을 거란 믿음으로 눈 질끈 감고 뛰어내렸을 때, 저는 크게 성장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전문은 여기에서
헤드라인 인터뷰
유난한 조직, 토스에서 리더로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토스의 최전선을 이끄는 사람들을 만나 일과 삶, 리더십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헤드라인 인터뷰>가 일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단계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