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프랜차이즈 4월호 기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물가상승이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오르고 있다. 언론들도 연일 물가상승에 대한 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한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운데 피자마루, 피자알볼로 등이 가격을 3.2~20.2%, 신참떡볶이와 죠스떡볶이가 5.4~28.7%씩 가격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본죽과 맘스터치·버거킹·맥도날드·KFC 등과 굽네치킨,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할리스 등도 피자나 떡볶이보다 상승률은 낮지만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피자·떡볶이 프랜차이즈, 가격 최고 20%대 인상” 농식품부 명단 공개”, 2022.2.23. 조선일보 기사 중 일부)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는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의 소비자 가격은 1800원에서 1950원으로, 진로 가격은 1660∼1700원에서 1800원으로 각각 올렸다. 자영업자들도 식당에서의 소주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손님들이 잘 찾지 않고 있는 상황에 소주 가격까지 인상하면 사실상 이중고를 겪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르포]"서민 애환 누가 달래주나" '서민술' 소주값 인상에 '한숨'”, 2022.2.25. 아시아경제 기사 중 일부)
상황이 이러니 식당에서 칠팔천원짜리 메뉴는 찾기 힘들어졌다. 정부에서 매주 프랜차이즈 주요 메뉴가격을 공개하는 것을 보니 물가당국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메뉴가격 몇 개를 공개한다고 물가가 잡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엿보인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물가상승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꼴이 되었다. 정부에서도 상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에는 정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한다.
언제쯤 물가상승이 멈출지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이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인상, 인건비 부담, 배달료 인상 등 소상공인에게 어려운 상황이 올해도 예상된다. 손해를 피하려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이 줄어들까 염려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가격인상이 불가피함을 소비자들이 이해하더라도 경쟁업체들보다 내가 먼저 올리는 게 부담스럽다. 경쟁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나도 따라 올릴텐데, 내가 먼저 올렸을 때 경쟁업체가 안올린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가격인상은 매출, 원가, 비용, 수익 등 회계적 계산을 토대로 결정하지만, 소비자의 심리적, 정서적 요인을 감안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섣불리 가격을 인상하여 비싸다고 인식되면 다시 가격을 조정하더라도 비싸다는 인식이 각인되어 부정적 영향을 준다.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가격인상을 결정하기 전에 다른 부분에서 비용이나 원가를 절감할 방법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가격인상은 소비자들의 저항감이 크기 때문에 최후 수단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살펴도 다른 절감요인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다음으로 경쟁업체들을 살펴보자. 경쟁업체들이 같은 고민을 하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업체들의 가격인상 움직임이 없다면 내 원가계산을 다시 하고 더 절감할 부분이 없는지 재검토 해 보자. 경쟁업체들의 상황은 나와 비슷할 텐데 가격인상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그들은 현재 가격수준으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이 현재 가격에 불편함이 없는데 나만 가격을 인상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심사숙고하여 가격인상이 결정되면 충분한 계도기간을 두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인상된 가격을 통보 받는다면 소비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충분한 계도기간을 통해 가격인상이 자연스럽게 인지된다면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은 최소화될 것이다.
가격인상을 공지할 때에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단순하게 몇 월 며칠부터 가격을 얼마로 인상한다는 공지는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최근 원가가 얼마나 올랐다든지, 현재 가격을 받기 시작한지 얼마나 오래되었다든지 인상 이유를 설명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임을 알려야 한다.
가격이 인상되면 일부 소비자는 이탈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양을 줄여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제품과 고급재료를 사용하거나 양을 늘린 고급제품을 출시하면 착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록 양이 줄었지만 가격변화가 없으니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인상의 저항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 고급제품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니까, 또는 더 많은 양을 주니까 조금 비싼 가격이라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공급불안에 의한 원재료 가격인상이 아니더라도 구조적 인플레이션은 상존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므로 가격인상 유혹은 늘 존재한다.
다만 가격인상은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크게 작용하는 이벤트로서 섣불리 접근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결정되어야 하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