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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현 Oct 17. 2022

털보의 베트남 여행기(3)

나트랑 3일차

[나트랑 여행 3일차 단상들]


1. 우연히 만난 동생과 3일째를 같이 보냈다. 일부러 동행을 찾거나 하지 않았는데, 내 마음의 외로움과 이 친구의 용기가 합쳐져서 시절인연이 되었던 것 같다.


2. 이 친구와 함께 나트랑에서 제일 유명한 유적지를 보고 머드 스파를 함께 했다. 유적지는 힌두교의 건물들이었는데, 불교국가인 베트남에서 힌두교 유적지가 있는 아이러니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힌두교 건물 안에는 불상이 세워져 있었다.


3. 머드 스파는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머드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머드 속에 잠겨 있으니 내가 원래 자연이었음을 상기하게 되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인 동시에 자연도 품고 있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진흙밭에서 알게 되었다.


4. 나트랑 시내로 돌아와 콩카페에서 동행을 함께한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상담을 했던 친구의 주제와 같았다. 사회에서 정한 안정적이고 좋은 삶에 대한 기준과 자기 자신이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충돌과 갈등이었다. 이건 당연히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던져진 스스로의 질문이었고, 타인과의 만남은 이렇게 내면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건이다. 그 친구에게 해준 이야기들은 나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같다.


5. "당신은 이제 스스로에게 귀한 삶이 무엇인지, 그것이 조직 안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챈거에요. 무리에 속하지 않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 두렵고 외롭지만 자유로울 수 있는 그 역설을 알게 된거라고요.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이번 여행을 통해 찬찬히 바라보셨으면 좋겠어요. 돈에 대한 두려움, 부모로부터 버려질 것 같은 두려움, 사회에서 낙오될 것 같은 두려움. 그 모든 두려움을 정확하게 바라본다면, 그것이 내 스스로가 만든 꿈같은 두려움뿐임을 알게 될 거에요. 삶은 우리를 절대로 죽게 하지 않아요. 삶은 우리를 살게해요. 용기를 가져보세요. 이번 여행이 당신에게 자신의 삶을 신뢰할 수 있는 용기를 선물로 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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