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시 돌아왔다. 팬데믹으로 인해 높아진 유동성이 다시 한번 가상 자산 시장을 주목한 것이리라. 여기에 기관들까지 참여하면서 비트코인은 훨씬 더 높은 가격까지 치솟았다. 2018년의 고점이 우습게 보일 지경이다. 이에 이미 내성이 생긴 투자자들과, 코인은 절대 하지 않겠다던 사람들까지 코인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연일 폭락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은성수 금융 위원장의 강경 발언과 비트코인의 폭락, 그리고 수많은 기사에 달린 분노에 찬 댓글들까지. 그 모습이 꼭 2018년을 다시 보는 듯하다.
가상화폐 시장은 규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출렁인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분노한다. 우리도 돈 좀 벌어보겠다는데 왜 정부가 앞길을 막느냐. 왜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차느냐. 마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지 않은가. 가상 자산 시장이 보여준 말도 안 되는 움직임과 변동성,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로지 코인으로 쉽게 돈을 벌 것이라는 맹목적인 낙관뿐이다.
과연 코인으로 인생을 역전할 수 있을까? '대기업에 다니던 A가 수백억을 벌어 퇴사했다'라는 성공 스토리를 듣고, 투자자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코인을 산다. 하지만 내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누군가가 물량을 받아줘야 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새로운 돈이 유입되지 않으면, 가격은 더 이상 높아질 수 없고 급기야 떨어지기 시작한다. 즉, A가 번 수백억은 다른 투자자들의 돈이다. 인생역전의 성공 스토리는 수많은 투자 실패자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상화폐 지지자들은 블록체인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한다. 이번 급락은 1억 원까지 가기 위한 '건강한 조정'이라고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블록체인은 잠재성이 있는 기술이고, 모든 시장은 조정을 거치니까. 하지만 너도나도 한몫 챙겨보겠다고 준비도 없이 성급하게 뛰어드는 모습. 다른 목적이 있는 돈 — 대출금, 결혼자금, 전세금, 학자금 —으로 투자했다가 고점에 물리는 모습. 부자들이 코인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탈세를 하는 모습. 이 모습은 결코 시대의 흐름도 아니고, 건강하지도 않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코인이든 모두 똑같다. 투자와 투기는 분명 다르고, 그 책임은 온전히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