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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스홍 Jan 28. 2020

가치의 장

좋음과 나쁨

하루 열장 공부하기 등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면 왠지 모르게 답답한 느낌이 든다. 성취를 했다 안했다가 명확히 구분되므로, 성취하기 전까지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 목표는 정적 (static)이다. 고정해두고 좇는 무언가다.


가치란, 크건 작건, 사회에서 높음과 낮음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도덕에도 가치가 있고, 수학에도 가치가 있다.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대체로 좋고 (good),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대체로 나쁘다 (bad). 예컨대 사회에서는 대체로 이기적인 사람보다 남을 배려하는 사람에 높은 가치를 둔다. 또, 수학에서는 대체로 복잡한 공식보다 간략한 공식에 높은 가치를 둔다. 좋은 수식이 있고, 덜 좋은 수식이 있고, 안좋은 수식이 있고, 나쁜 수식이 있다. 칼같이 떨어지는 개념은 아니지만, 우리는 좋음과 나쁨을 직감으로 구분한다.

간략하며 파워풀하고 아름다운 수식의 전형적인 예

아래 검은색 화살표에 묘사된 것 처럼, 장 (field)이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 무언가다. 전기장도 장이고, 자기장도 장이다. 고정된 물체는 없지만 흐름이 있는 공간이 장 이다.


가치의 장 (field of value)을 살펴보자. 우리는 남을 도우면 좋고 사람을 죽이면 나쁘다 정도의 가치를 일반적으로 공유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사람마다 도덕 관념은 다르고, 성적인 취향도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좋아하는 환경도 다름을 알게 된다. 같은 장에서도 그 장에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장 속에서 살고 있다.

가치의 장 (field)을 따라 사는 여러 사람은 서로 다른 관심 (interest)을 가질 수 있다.

위 그림에서 보듯, 같은 가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게 자연스럽다. 이것을 관심 (interest)이라고 보자. 살인 강도 등 사회적인 장에서 크게 어긋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는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 나름대로는 관심있고 즐겁기 때문에 그 일을 한다. 


도덕 말고 어떤 분야를 공부한다고 하자. 영어를 공부하든, 수학을 공부하든, 어떤 분야를 공부하든 그 분야 나름의 가치기준, 즉 좋음이 있고 나쁨이 있다. 좋은 문장, 나쁜 문장이 있다. 좋은 수식, 나쁜 수식이 있다. 좋은 코드, 나쁜 코드가 있다.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이 있다.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눈을 기르는 과정이 공부라고 보면 어떨까.


어떤 분야를 공부할 때, 과제를 제출한다거나 학위를 취득한다거나 하는 고정된 목표 대신 유동하는 가치의 장을 떠올려보자. 무엇이 좋은가를 고민하고, 그 좋음에 나의 관심을 맞추어 보자. 그러면 억지로 힘들이지 않고도 순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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