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포츠파이 Dec 01. 2023

수상할 정도로 디테일한 '야구광팬 게임 캐릭터' 맥퀸

경직된 스포츠 문화가 아닌 자유로운 상상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 게임계에 여러의미로 큰 임팩트를 남긴 게임이 있다. 

바로 일본 경주마들을 여자아이로 모에화한 '우마무스메'가 그 주인공. 양산형 그래픽으로 만든 귀여운 여자아이들 수집 게임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만약 그런 게임이었다면 여자라곤 사귀어 본적 없는 오타쿠들이나 할 게임으로 그냥저냥 흥행하다 망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무려 20억 달러(2조 6천만원)의 매출을 만들어냈고 한국에서는 1년만에 7,500만 달러의 매출을 만들어냈다. 흥행 1주년 기념으로 킨텍스를 빌려 우마무스메 행사를 여는 등 서브컬쳐 게임으로 드물게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이번 글은 우마무스메의 성공비결을 분석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야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 게임에 야구광으로 설정되어 수많은 밈을 만들어내고 있는 캐릭터를 소개하기 위한 글이다. (쉬어가는 타임으로 생각하자) 


그 주인공은 메지로 맥퀸이란 캐릭터로 실제 이 캐릭터가 응원하는 야구팀,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하자 게임사가 특별 카드까지 출시하며 쓸데없는데 정성을 쏟기도 했다. 맥퀸의 초기 설정은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한신은 혐오할 것 같은, 유서 깊은 가문의 '영애'로 평소엔 조용하게 차를 마시며 디저트를 즐기는 캐릭터다. 


첫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메지로 맥퀸은 실제 일본 경주마에서도 매우 유명한 말이다. 

일본 경주마 사상 처음으로 상금 10억엔을 돌파한 말로 특히 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낸 말이다. 일본 경가 최고의 장거리 G1 대회 중 하나인 천왕상 봄대회를 2연패했는데, 선수 생명이 짧은 경주마 특성에도 3년 연속 우승 직전까지 갔다는 점에서 '사상 최고의 스테이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맥퀸을 모티로 우마무스메에서도 장거리에 특화된 캐릭터다. 

실제 경마에서도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메지로 목장 출신임을 본따 게임상에서도 유서 깊은 메지로 가문의 영애 출신으로 설정되어 있다. 맥퀸 본인도 가문의 영광을 정진하는 차분한 성격으로 말투도 공주들이나 할법한 말투에 옷도 프릴이 치렁치렁한 드레스풍 승부복으로 입는다. 


하지만 이런 맥퀸이 인간미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바로 디저트를 먹을 때와 자신의 최애팀 한신 타이거즈를 응원할 때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상에서는 디저트라면 사족을 못 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반면, 한신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모습은 설정상 한줄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게임 팬들이 이 설정 한줄을 갖고 온갖 밈과 2차 창작을 만들어나가자 게임사에서도 맥퀸의 주요 설정 중 하나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 사진의 느낌은 잊어라..
공식 영상에서도 인증된 스위츠 성애자
심지어 게임내 공식 한컷 만화다

디저트에 푹 빠진 영애 이미지는 차라리 귀엽다고 넘길 수 있지만, 드세기 이를데 없는 한신팬들의 이미지와 맥퀸을 덧씌우자 맥퀸의 영애 이미지를 사라지고 개그 캐릭터로 전향해야할 정도가 됐다. 한신팬의 이야기는 지난 글을 참고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고고한 이미지는 내다 버린듯한 광기어린 눈빛으로 유타카를 응원하거나 비난하는 밈이 대부분이다. 유타카는 일본 최고의 기수인 다케 유타카과 이름이 같은 한신 타이거즈의 레전드 선수 와다 유타카로 알려져있다. 


와다 유타카는 90년대 한신을 이끈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암흑기 시절 팀 타선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선수. 은퇴 이후 감독으로도 활동하며 오승환이 한신에서 뛰었을 때 한신의 감독으로 팀을 일본시리즈까지 이끌기도 했다.


어쨌든 다케 유타카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맥퀸에게 아무렇게나 불리우고 있다. 


여느 한신팬들과 마찬가지로 자이언츠는 금지어다

한신 우승전까진 맥퀸과 한신의 믹스는 개그캐릭터로 활용하기 위한 밈이었다면, 2023년 한신이 우승하자 진정한 야구팬 캐릭터로 승화하여 공식 서포터 카드를 출시했고 게임 팬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다. 

한신 우승을 활용해 게임내 매출과 이미지 상승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스포츠와 게임을 콜라보한 매우 좋은 사례로 삼을 수 있다. 

한국에선 스포츠와 게임은 분리되어 있고, 이런 디테일한 설정을 활용한 마케팅이나 콜라보를 기대하기엔 '장난스런 시도'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만약 우마무스메 제작사인 사이게임즈가 맥퀸의 초기 설정과 다른 방향으로 팬들이 맥퀸을 한신과 엮는 것을 막았다면, 지금같은 긍정적인 콜라보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아이돌이나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의 놀이문화를 봐서 알겠지만, 공식적이지 않은 2차 창작이나 사소한 설정에 여러 상상을 덧붙인 창작물들이 더 풍족한 놀거리와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옆나라의 이런 콜라보를 마냥 부러워할게 아니라 다소 경직되어 있는 스포츠 미디어와 커뮤니티 문화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이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는 것을 조롱이나 팬의 예의가 아니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특히 스포츠는 그런 경향이 짙은 편이다. 90~2000년대 스포츠라면 심각하고 진중함 속에서 스포츠를 소비하는 것이 어느정도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Z세대를 필두로 한 젊은층은 진지함보다 더 다양한 부분에서 재미와 흥미를 찾는다. 사소하다 여길수 있는 디테일에서 감명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서 스포츠도 새로운 발전 방향을 찾아야할 시점이 왔다. 

맥퀸의 한신 사랑을 단순히 오타쿠들의 장난이라 여기지 않은 사이게임즈처럼 말이다. 


저작권상 실제 한신을 쓰진 못하지만 여러 정황상 한신 타이거즈 유니폼임이 증명됐다.
색을 반전하면..
실제 한신타이거즈 유니폼 중 하나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