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누구를 위한 취업일까?

나는 사람이지, 가정부가 아니야.

by 권혜린

여행사 취업, 디지털 라벨링을 뒤로한체 엄마친구분의 소개로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적으로 '경험을 만들자'고 들어간 게 아니였다.

그저,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막막함과 압박감.

첫 사회 진입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일앞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심하다 라는 냉소와 무관심, 조롱이었다.

친구는 물었다. "4년제 졸업했는데 장애인 뒷바라지 하는거야?"

다른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거 하니까 소개팅도 안 들어오지."


심지어 친언니같은 언니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취업이야?"

그때, 나는 또 한번 깨달았다.

사람들은 정장을 입고, 자격증을 내밀고, 면접에서 웃는 얼굴로 사회에 들어가는 것만을

취업 이라고 부른다는 걸...


또한 집에서 외할머니를 모시고 있었을때라.. 요양원에 외할머니를 모시러갈때쯤 담당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한번은 나에게 이런말을 했다.

"혜린씨, 왜 이런 일을 하세요?"

사회복지사라면서....

약자 곁에 있어야 할 그 사람이 나를 이상한 선택을 한 사람으로 봤다.

그 말 한마디는 이 사회가 이 직업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또한 일들을 하면서 열등감들이 많이 생겼으며... 나와 다른 직장인들을 보고 자격지심들이

많이 생겼다. 그들이 들고 있는 스타벅스는 멋져보고, 나는 김밥천국에서 김밥 사는 난 초라한 인간

이어 요구들은 명령에 가까웠다.


"~사다 주세요."

"~치워 주세요."

"~해주세요."


내가 뭐하러 그들의 말들을 들어야지..?

점점 존재를 잃어가고.. 궁녀 아닌 대사 없는 조연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담당 이용자 어머님께서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가 교회 수련회를 가야하는데 다음주에 와줘."

그래서 다음 주에 갔다.

근데.. 약속한 다음주는 장애인분도, 장애인엄마도 없었다.

처음에는 피곤 하나보다 라고 넘어갔다.

하지만 다음주, 그 다음주도, 그 집은 텅 비었다.


나는 결국 참다 못해

전화 공포증도 이겨내고 직접 전화했지만 돌아온것은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수가 없어.."

전화는 끝내 받지 않았다.


결국 팀장에게 전화로 이야기하고 돌아서자, 그제야 그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우리 아이가 결혼할 나이인데, 선생님이 요리 같은것도 안 가르쳐줘서 그래요. 그러니깐 이제 안 오셔도 돼요."


요리...?

내가 언제 셰프?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셰프로 착각한건가?

아님 흑백요리사...?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요리를 안가르쳐줬다고 뭐라뭐라 말하는 장애인 엄마.


집에 돌아오자마자,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채 나는 바우처 카드를 가위로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 배우처럼 연기하며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어쩌죠.. 카드를 잃어버렸어요."


담당 팀장님은 당황했지만, 나는 통쾌하다 못해 이러한 더러운 일들을 하지 않는다는것에 짜릿했다.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있으면서 '나'를 인간 취급하지 않았다.

열등감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고, 일을 한다고 해서 소개팅이 들어온것도 아니였다.

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장애인 가정부' 라는 소리를 들어야하고...

거울 속 나는 나를 싫어했다.


2030세대들이 왜 이 일을 피하려는 이유, 나는 안다.

기성세대들은 오히려 "젊은사람들이 이걸 해야지..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하면 힘들어."

이걸 누군가에게는 '생계수단' 이라고 정의한다.

누군가에겐 '봉사활동'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존엄을 찢고, 감정을 소모하고, 이름 없이 사라지는 곳, 내가 사라지는 취업이다."


나는 여전히 이 일에 대해서 묻고 싶다.

"이 일이 정말 필요한가요?

아니면, 그냥 비장애인이 대신해주는 착각 속에서 유지되고 있는 건가요?"


나는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부서지는 연필같은 존재다.

도움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도, 존엄도, 이름도 다 지워졌다.


그래서 더더욱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게 취업이라면.. 나는 그런 취업 안하고 싶어요."


그때의 나는 사라졌지만, 지금의 나는 살아 있다.

더는 누군가의 회사에서 사람 아닌 존재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고용했다.

누군가의 부속품이 아닌...

존엄한 '나'로 살아가는 회사, 그게 내가 채운 자리다.


이전 06화06. 취업박람회에서 하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