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린씨, 제가 맡은 내담자들중에 유일하게 서류를 안 쓰시는 분이세요. 왜 그러세요?
혹시 취업박람회 안가보셨어요?"
이건 내가 취업성공패키지 시절, 직업상담사에게 들었던 말이다.
솔직히 나는 박람회하면 어릴떄 부모님 손잡고 가던 우표, 음식, 애니메이션이 전부인데..
성인이 되고 나서 박람회는 없다.
그러자 직업상담사는 말했다.
"서류가 쓰기 싫으면 취업박람회 가셔서 현실을 보고 오세요."
라고 말이다.
그래서 억지로 갔다...
입구에서부터 난 속이 매쓰꺼웠다 못해..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장례식장에 온것도 아닌데.. 나뺀 나머지 다같이 검은 정장을 입고 표정 없는
얼굴들 사이에서 '네','아니요'만 반복하고.
그건 사람이 아닌 사이보그였다.
기업 부스는 컨베이어 벨트 앞의 공장주처럼 앉아 있다.
"저희 마케팅팀 뽑아요."
"저희 진짜 복지 좋아요."
"언니, 우리 회사 면접 보고 가."
이쯤되면 나는 묻고 싶다.
"여기 클럽이죠....? 음악만 있으면 나이트클럽인데요?"
마치, '취업' 이라는 이름 호객행위는 낮에는 직장인 코스프레를 하며 밤에는 호객하는
제비들만 넘쳐났다.
난 묻고 싶었다.
왜 내가 회사 앞에서 "저를 뽑아주세요."라고 굴욕적인 외침을 해야할까?
그리고 머릿속엔 이상한 질문이 떠올랐다.
A가 마케팅부서에 들어가면 B는 그 일을 못하나?
생각해보니 그저 A-1, A-2, A-3 라는 복제된 사이보그만 늘어갈 뿐이다.
코딩을 하겠다는 B도 마찬가지.
이렇게 우리는 복제되고 복제된다.
AI형 쌍둥이 게임 속 줄을 선 인간 코스프레하는 사이보그
그들을 훑는 기업들은 재고 검수하는 공장주
사이보그가 아닌, 상품으로 보는 눈빛
난 직시보다는 하품만 하다가 나왔다.
나오면서 깨달았다.
취업박람회는 취업 이라는 단어를 쓴 클럽
정장 입은 사이보그들이 자존감들을 내려놓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포장지가 되어가는 과정들을 말이다...
속으로 말하고 싶은게 있다.
"아아. 지금 줄 서 있는 친구들.. 지금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점점 사람이 되길
포기하고, 회사형 사이보그가 되어간다는 걸. 채용공고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지마. 시간낭비야."
결국 난 박람회를 떠났다.
하품 하나 남기고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채용되길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채용했다는것...
그 회사 이름은, 내이름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더이상 우리는 누가 정해주는 삶이 아닌.. 스스로 정하는 시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