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병역면제는 있으면서 취업면제는 없을까?

나는 HSP다, 그리고 이 사회는 낡았다.

by 권혜린

"어떻게든 취업해야지"

이 말은 기성세대와 언론이 청년세대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는 주술과도 같다.

이처럼.. 통계청에 2030세대 직장인들이 몇명인지 확인한다.

난 하나도 안 궁금하지 않고 감정의 스펙트럼에 더 관심이 간다.


게다가 청년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프로그램과 부트캠프가 기획되고 홍보, 운영한다.

하지만.. 결론은 무조건 "취업"


그런데 이미 누군가는 '시작'부터 다르다.

돈 많고, 인맥 있는 자제들은 면접 Pass, 승진 레이스도 Pass

계약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숨은 룰들이 존재하고, 불공평은 여전하다.


SNS나 팟캐스트에 조금이라도 솔직한 이야기를 올리면

이때다 싶어서 기자로 빙의해서 찾아온다.

"그 글 지우세요"

"뭐하러 거기서 저희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했죠?"

그럴꺼면 처음부터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OJT때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요 '주둥이 닥치기 조항'이 있다고


면접을 통과해도,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

곧이어 수습 평가 리그가 펼쳐진다. 정직원이 되려면 그 리그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정직원이 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을까?

"나이가 많네요"단 한 문장으로 끝!


그래서 나는 회사를 이렇게 부른다.

"신선한 생선만 진열되는 노량진"

겉은 안정된 직장, 속은 냉혹한 생존게임 이자 희망퇴직, 구조조정, 명예퇴직 이라는 포장지를 쓴 해고 통지서가 넘쳐나는 곳.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조직 안에서 부조리에 부딪히며 살아가는것보다 처음부터 회사 밖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듣는게 진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길이라는 것을


나는 이러한 회사 시스템을 깊이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여행사 직업훈련을 받을때 만난 한 중년의 남자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낯익은 얼굴.

3대 방송국 중 한곳에서 구조조정 당한 아저씨였다

"혜린씨, 여기서 다 보내요?"

그렇게 나한테 물어왔다. 그리고 그 근처에 맥도날드 간판을 보며 나에게 말했다.

"아침 먹었어요? 맥모닝 어때요?"

그렇게 아저씨는 따뜻한 맥모닝과 아메리카노를 사주셨다.

그건 내 인생 첫 커피.

그리고 학원에서 참아 말하지 못한 말들을 나한테 말을 했다.

"나.. 방송국 세 곳 중 한 군데 오랫동안 다녔어요. 올해 구조조정으로 잘렸어요.

딸은 이제 대학생인데, 회사 안다니는 아빠로 보이면 어쩌나, 그게 무섭네요"


그 말은 아직도 내 귓가에 남아 있다.

커피향보다 더 진하게, 깊게, 쓰게


나는 HSP다.

Highly sensitive person

난 이 테스트에서 100점 만점에 97점

감정의 파동이 너무 쉽게 받고, 조금만 억압받아도 바로 피부로, 몸으로, 마음으로

많이 무너진다.

그러한 내가 왜 감정이 업무방해로 여겨지는 조직안에 굳이 들어가야하는건지..

군대조차 아프면 훈련을 면제해주거나, 사회복무요원으로 빠지게 해준다.

하지만.. 회사는 취업면제가 없다.


연애하던 시절, 남자친구는 말했다.

"내가 소집해제 하면 우리 결혼하자. 그때는 외벌이 말고 맞벌이로 같이 돈벌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싫어.. 너가 돈 벌어다 줘야지.. 난 너한테 시집가는건데 그것도 못해줘?"

그때 내가 하는말은 농담이 아니였다. HSP로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며 감정을 지키는

삶이 외벌이다 라는 정의였다.


또한 회사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집요정 도비가 아니다.

그들은 조직이 아닌 자기를 위해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나에겐 멘토였다.

특히 나는 코스모지나님의 말에서 위로를 받았다.

"회사는 여러분들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회사 밖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 말은 부모님, 친척, 어느 누구도 나에게 해준 말이 아니다.

그저.. "취업 해야지", "직업이 있어야지 결혼도 하지", "소개팅 들어오려면 소속은 필수"

하지만 나는 유해매체점검단으로 일할 당시에도 소속이 있다고 소개팅이 들어온적 없었고

직업이 있다고 행복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엄지손가락에 남은 건 태선과, 감정을 견디기 어려운 HSP가 존재한다는것..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은 소속이 아닌 좋아하는것에 미쳐서 일하는것

직장이 아닌 감정이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나에게 필요하다.

물론 혼자 일하는 삶은 불안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 감정은 안전하다.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취업광신도인 이 사회와 기성세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회사 밖 시스템을 한번이라도 구축해 본적이 있나요?"

"왜 아직도 취업 이라는 낡은 시스템을 청년들에게 유산처럼 떠 받치고 있나요?"


청년이라는 이유로 취업하라는것은 폭력의 일부다.

취업이 정답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회사에 필요한 인재가 아닌.. 내가 미쳐 살아갈 무대가 필요한 시대

나는 오늘도 나를 채용하고, 나를 위해 좋아하는것으로 나아간다.

감정과 감각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말한다.

"HSP는 취업 면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HSP 있는 사람들에게 국민연금도 대신 내주면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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