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시지 빵을 무척 좋아한다. 핫도그처럼 길쭉한 빵에 길쭉한 소지와 야채를 넣은 빵이나 아니면 치즈를 듬뿍 바른 빵 위에 소시지를 얇게 올려놓은 거든 소시지가 들어가면 다 맛있다. 다른 빵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시지 빵을 유독 좋아한다. 하루는 빵집에서 소시지 빵을 잔뜩 담아 놓고는 룰루랄라 기뻐하는데 갑자기 유발 하라리의 말이 떠올랐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밀과 벼를 재배하여 농업 혁명을 일으킨 것을 이렇게 평가했다. 인간은 벼와 밀의 주인이 된 것이 아니라 벼와 밀의 노예가 되었다. 인간은 벼와 밀을 재배하면서 수렵 생활보다 더 노동해야 했고, 더 굶주려야 했고, 자신의 신체와 맞지 않는 노동으로 병들게 되었다. 인간을 만나기 전에는 잡초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였던 밀과 벼는 인간의 도움으로 이제 가장 번식에 성공한 식물 중 하나가 되었다고.
그렇다면 나는 소시지 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소시지 빵의 노예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소시지 빵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걷지 않았을 거리를 걸어야 했고, 쓰지 않을 소중한 돈을 쓰면서, 몸에 성인병을 가져 올 지방을 뱃살에 보태고 있었다. 반면에 소시지 빵은 나와 같은 소시지 빵 애호가들을 통해서 소시지 빵이 조리법이라는 문화 DNA를 이용하여, 자신과 유사한 복제 빵을 대량으로 전 세계에 퍼트리고 있었다.
괘씸한 소시지 빵 같으니라고! 나는 더 이상 소시지 빵의 노예가 안 될 거야! 이렇게 빵가게에서 외치고 뛰어나갔다면, 다들 내가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나는 소시지 빵을 모두 계산하고 빵 가게를 나서기도 전에 하나를 꺼내 크게 한입 물었다. 순식간에 소시지의 짭조름하고 달콤한 냄새가 입안에 퍼지면서 행복감이 몰려온다.
인간은 행복감을 주는 대상에게 언제든지 자발적 노예가 된다.
사랑해요. 오! 나의 소시지 빵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