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여행자다. 그저 흔한 여행자가 아니다. 우리는 우주 여행자다.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는 순간에도, 컴퓨터 앞에서 게임에 몰두하는 순간에도, 담배를 태우며 창밖의 먼 산을 바라보거나 폭락한 주식에 대해 고민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우주를 여행 중이다.
우리는 지구에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시속 10만 8천 킬로미터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어쩌면 지구의 공전은 시내버스가 노선을 따라 반복해서 도는 것처럼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 자체로는 대단한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그 버스 노선이 계속 바뀐다면? 그리고 그 변화가 시속 82만 8천 킬로미터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태양이 바로 그 속도로 은하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태양이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그 외 수많은 위성들을 모두 데리고 은하 속을 항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태양은 50억 년 동안 은하계를 20바퀴나 돌았고,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렇게 거대한 여정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화성이나 달로 가는 탐사 여행은 참 소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구는 태양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45억 4천만 년의 세월을 여행해 온 것이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매년 약 7만 킬로미터를 여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이 여정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혼자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선충, 조충, 이, 진드기와 같은 기생충들을 동반하며 그들만의 복잡한 생태계를 이끌고 다닌다. 그렇다면 태양이 북극제비갈매기라면, 우리 인간은 어디쯤 해당될까? 어쩌면 우리는 이 기생충에 기생하는 박테리아쯤 될 것이다. 만약 그 박테리아가 어느 날 자신이 우주를 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아마 경악할 것이다.
우리는 우주 속에서 무한한 탄생과 소멸이 벌어지는 우주 여행의 일부다. 우리 삶이 아무리 작고 평범해 보여도, 사실은 엄청난 우주적 모험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