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고차방정식에 흔들리는 청춘

꿈? 재능? 현실? 도대체 뭐가 먼저일까

by 번애프터리딩

SBS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주인공은 모두 29세.

숫자가 중요한 것 같진 않다. 주인공 모두 갈림길에 섰다는 점이 중요하다. 해외투어를 마치고 한국에서 안식년을 갖게된 준영, 경영대 졸업 뒤 4수끝에 입학한 음대 졸업을 앞둔 송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정경과 현호. 모두 인생의 다음 챕터를 넘기고 있거나, 넘기기 직전의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이다.


주위에선 '빛나는 청춘'이라며 부러워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불안하다. 꿈과 재능과 현실이라는 미지수로 이뤄진 고차방정식의 해답을 찾지 못해 답답하다.

좋아하는 데 재능이 부족한가 하면(송아), 잘하는 일이 정작 즐겁지 않다(준영). 희미해진 재능에 주위에서 '꺾였다'는 말을 듣거나(정경), 경제력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현호). 해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찰나, 가깝던 친구와 멀어지고, 스며들듯 가까워지는 사이도 있다.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한 주인공들은, 평소 성격과 다른 행동을 취하게 된다. 내가 드라마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기도 한데, 숱한 변수에 흔들리면서 헛발질하는 주인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쁘고 멋지고 정제된 모습이 아니라, 실수하고 넘어지고 끝내 반성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모두가 한번쯤 겪어봤을 성장통에 여러번 감정 이입을 하게된다.


처음엔 송아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새로운 스타트 라인에 오른 내 상황과 겹쳤다. '좋아하는 것을 따라갈 수 있는 니가 부럽다'는 주변의 토닥임과 달리, 나 역시 불안함에 간혹..아니 자주 숨이 턱턱 막힌다. 드라마 초반에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친구의 부러움 섞인 응원에 송아는 "남의 속도 모르면서"라고 혼잣말한다. 여러번 울컥한 장면이다.


다른 캐릭터 상황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송아가 부러워하는 예중-예고-음대 엘리트 코스를 쭉쭉 밟은 준영-정경-현호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남다른 재능으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준영의 내면은 쓸쓸하고 황폐하다. 제 힘으로 음악을 하지 못한다는 부채감과 의지할 곳 없는 상황이 준영을 더 외롭게 한다. 높은 성취가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소박한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한 월드투어 무대를 마치고 돌아온 호텔방의 적막의 대조는 공허함을 증폭시켰을 터다.


정경은 극 중에서 가장 미성숙한 인물로 그려진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혔 듯 그는 어머니의 부재와 준영을 향한 열등감에 과거에 사는 인물이다. 어린시절 반짝였던 재능은 어느새 빛을 바랬다. 소나무같은 애정으로 정경을 보듬었던 현호의 온실에서 겨우 버텨냈지만, 그마저 한계에 봉착했다.


넉넉한 집안 형편과 달리, 가장 마음의 여유가 없다.

현호와 준영에게 해선 안될 말과 행동을 해버린다. 그는 두 사람의 약점을 잘 안다. 그래서 대못을 아주 쉽고 강하게 박아버렸다. 극 중에서나, 시청자에게서나 미움받기 충분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관계의 파국으로 흐를 것을 알면서도 분탕질해버리는 모습이, 안쓰럽고 처연했다. 유일한 울타리를 스스로 걷어찰만큼 무너진 상태로 느껴진달까.


두 사람에 비해 현호는 건강한 내면을 지니고 있다.

태생이 낙천적이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덕에 감정표현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하다. 명문대 음대생이라는 간판 덕에 소소하게 용돈을 벌지만, 연줄을 타서 교수 자리를 얻거나, 해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나가기엔 부족한 상황. 실력만으로 성공하긴 어려운 현실 속에 "그래도 실력은 괜찮네"라는 칭찬은 도무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네 사람은 모두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혹은 가졌다고 믿는 누군가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부러움을 받는 당사자도 결코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꿈과 재능, 현실과 그외 변수로 이뤄진 방정식에서 헤메고 아파한다. 그 과정에서 헛발질도 하고, 오판하고 우회한다.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며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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