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이 없는 사람들.
가끔 본인이 친하다고 생각해서, '격'없이 상대방을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떤 프로젝트에서 처음 봤는데, '내가 왕년에 어땠는데~'라며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경우나, '내가 알던 동생나이네 너 참 귀엽구나~'라는 식으로 어처구니 없는 경우를 본다.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나는 그런 경우 상대방을 똑같이 대해본다. 그럴 때 상대가 기분나빠 한다면, 그건 나를 그만큼 쉽게 생각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굳이 더 가까워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들이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실수는 '과정'없이 멋대로 관계를 설정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어떤 관계에서도 어느정도의 '격'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감정'과 '공감'이 중요한 사람들 중에서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런 분들은 감정을 소중히 하기 때문에, 소통하다보면 좋아하는 감정, 친밀한 감정, 서로 장난치고 재미있는 감정을 한가득 안고 감정에 휩싸여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우리가 서로 격이 없는 구간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감정'을 유지하고 붙잡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하는 사람들이기에, 계속 롤러코스터를 탄다. 나빠서 그런게 아니다. 그런 그들도 그런 관계 속에서 많이 힘들것이다.
사실 이럴 땐 다시 격을 찾으면 된다. 매우 간단하지만, 지혜가 필요한 인간관계의 기술이다. 그런데 그들은 보통 다시 '감정'을 붙잡아 그릇된 선택을 한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극심히 후퇴하거나, 관계를 극단적으로 끊거나, 공격을 감행한다. 감정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손상된 자존심을 채우려는 시도다.
그런 사람들에게 굳이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며 맞추어줄 필요는 없다. 내 갈길 가다보면 그들은 또 상태가 바뀌고 또 바뀌기 때문이다. 그냥 두면 된다.
그래서 늘 관계의 '격'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배워야 할 것은 '관계의 격'이다. 친밀함 가운데서도, 넌지시 '격'을 제시해보자. 그 '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품격'있는 관계가 되긴 힘들 것이다. 그럴 땐 그냥 빠이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