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장실 앞에는 벗어놓고 치우지 않은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다. 치우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 한 채 옷가지들을 빨래 바구니에 가져다 놓는 아들. 그러나 많은 옷가지들 틈 사이로 한 켤레의 양말은 뒤집어진 채 떨어져 버렸다. 그렇게 뒤집어 벗어 놓은 한 켤레의 양말은 해가 지도록 화장실 앞 바닥에서 고이 잠을 자고 있었다. 오늘은 아들에게 화를 내는 대신 양말의 마음을 아들에게 들려 줘 본다.
“나 좀 데려가!”
양말 한 켤레가 등을 보이며 쓸쓸하게 소리친다
보송보송한 나를 신고 나간 아침
기분이 참 좋았지?
나무 계단을 몇 차례 올라 학교 가는 길은
참 힘이 들어
아침부터 등산하는 기분이라 싫어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을 거라고
급식이 맛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며
너와 함께 학교로 향했지
꼼지락거리는 네 발을
상쾌하게 감싸주었는데
괜찮았니?
오후가 되면서 신발 안에 갇힌 나는
점점 축축해 오는 너의 향기에
숨이 막혔지만 그래도 참았단다.
네가 열심히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잖니
그래도 말이야, 조금만 더 나를 아껴줄래?
나는 내 등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단다
너는 항상 나를 뒤집어 내 등을 보여주더라
꼬깃꼬깃 구겨진 나를 바닥에 ‘탁’ 벗어 던지더라
보송보송하게 너를 감싸주고 싶어
내일도
따가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
보드랍게 잠들 수 있게
제발 나 좀 씻겨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