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파티드레스 #크리스티앙보뱅
심심하기도 하고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나날들. 특별한 삶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냥 그렇게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티앙보뱅의 문장들도 새파란 하늘에 유유적적 떠가는 하얀 구름처럼 그렇게 흐르듯 쓰여져있다.
“내가 책을 읽는 건, 보기 위해서예요. 삶의 반짝이는 고통을, 현실에서보다 더 잘 보기 위해서예요.”
“내 삶 속에서 괴로워하는 생명을 보기 위해섭니다. 그저 보려는 겁니다.”
라고 말하는 그. 독서와 글쓰기로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책이라고 말한다. 그의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런 일상들을 평이해 보이는 문장들 사이에서 그림처럼 눈 앞에 펼쳐준다.
“실제로 아이들은 어머니가 책을 읽는 모습을 견디지 못한다.
어머니의 손에서 책을 낚아채면서 어머니의 온전한 현전을 요구한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정신이 없는 틈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의 모습이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음에 친근한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객관적인 눈으로 차분히 행하는 독서가 완벽한 독서는 아니다……
당신의 눈 속, 삶의 저변. 즉 근원에 가 닿는 또 다른 독서만이 당신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당신 안에 자리한 책의 뿌리로 직접 가 닿는 독서, 하나의 문장이 살 속 깊은 곳을 공략하는 독서.”
읽고 쓰고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 장대비가 쏟아져도 폭설이 와도 눈부시게 날이 좋아도 오늘따라 몸뚱이가 천근만근이어도 해가 뜨는 이상 오늘 하루도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단비같이 촉촉하게 적셔주는 그런 평이한 그의 글들이 마음 한 켠을 챙겨준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의 없다. 가난한 삶만 있으면 된다.
그곳에는 무가 차고 넘친다. 왁자지껄한 소음과 수많은 문들로 이루어지는,
자체의 풍문들로 길을 잃은 삶과는 반대되는 삶이다.
오로지 부재 속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고, 결핍 속에서만 제대로 말할 수 있다.
어린아이의 잠 속에서 불어나는 엄청난 유산이다.”
한 장 한 장 채워나가는 노트를 보며 차곡차곡 쌓아온 그의 글들. 글을 읽고 쓰는 행위는 그저 그런 자신의 일상을 아주 조금 특별하게 채워주는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빼곡하게 들어 찬 그의 문장들 속에서 푹 빠져있고 싶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