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인간 #크리스티앙보뱅
글을 쓴다는 건 자기와의 끝나지 않는 싸움을 시작하는 일이다. 글이 잘 써질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머리 속에서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끊임없이 떠돌아 다닌다. 글 쓰는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매일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을 글을 쓰면서 즐겁고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만 또 다른 날은 글자조차도 쳐다보기 싫은 날이 있다. 아마도 그런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글을 쓰는 일이란 이런 행위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문고리를 이미 돌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되돌아 나오기 힘든 것 같다. 글을 쓰지 않으면 스스로가 게으르다고 자책을 하기도 하고 글을 쓰고 있어도 혼자 쓰는 글 같아 지루하기 그지 없을 때가 많다. 매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시간들을 넘어서 사막의 길을 혼자 걸어가는 것이 글을 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떻게 보면 그의 글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문장을 잡고 놓치지 않은 채 읽어나가면 평범한 일상을 나열한 단어와 문장들 사이에 사로잡히고 만다. 때로는 긴 의식의 흐름을 나열하기도 하고 짧은 호흡으로 그를 쫓아오게 만들기도 한다.
“손으로 글을 쓰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 결국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킨다. 읽다가 덮은 페이지를 펼쳐 다시 단어를 따라간다.
“너는 계속해서 읽어 나갈 것이다. 다른 단어를 향해서. 소중한 단어, 기쁨이 넘치는 단어, 기품 있는 단어들을 읽을 것이다. 절망의 단어와 희망의 단어들도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각 페이지에 쓰인 모든 단어들이 너에 관한 것임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작가는 단 한 편의 시라도 주머니에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일이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조금 더 세심하게 생각을 이어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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