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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현 Jan 14. 2016

2014년 책읽기 : Making it happen

-RBS는 어떻게 폭망했는가?

“The action we are taking is extraordinary… We must, in an certain and unstable world, be the rock of stability on which the British people can depend.”


2008년 10월 13일, 영국의 총리였던  Gorden Brown가 RBS에 200억 파운드(약 35조원), Lloyds와 HBOS 에 170억 파운드(30조원)의 세금을 구제금융으로 투입하면서 한 말이다.

정치인들이 늘 그렇듯 피치못할 조치이며 전체 경제시스템과 국민경제를 위한 조치임을 강조하면서… 바로 이날은 20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은행그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던 RBS(Royal Bank of Scotland)의 실질적 사망선고가 내려진 날이기도 했다. 그 선두에서 RBS의 성장을 진두지휘하던 Fred Goodwin이라는 전설적(?) CEO의 career가 비참하게 막을 내린 날이기도 하며, 금융 중심지로서 새로운 부흥을 꿈꾸던 스코틀랜드인들의 희망이 산산히 부서진 날이기도 하다.


이 책, “Making it happen. RBS and the men who blew up the British Economy”는 RBS라는 스코틀랜드 변방의 작은 지역은행이 세계 최대의 은행이 되겠다는 원대한 Vision을 세우고 공격적 M&A를 통해 이를 거의 달성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 구축된 “하면된다(Making it happen)”는 문화로 인해 붕괴되는 과정을 CEO였던 “Fred Goodwin”이라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해석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Iain Martin은 오랜기간 스코틀랜드 유력지의 경제 및 정치부 기자로 활동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책은  Financial Times에 의해 2013년 올해의 금융관련 책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책의 내용중 핵심은 RBS가 약 20년만에 글로벌 은행이 되어가는 여정과 그 기간 중 필연적으로 향후 RBS의 붕괴를 가능하게 했던 잘못된 관행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에 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전현직 RBS 임직원, 영국 관료 등)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는 세밀한 장면 묘사들은 읽는 동안 내가 마치 RBS의 임원회의, 이사회, M&A를 위한 IB와의 회의 등에 직접 참여해서 그 과정을 눈으로 보는 것같은 생생함을 전해준다. 한국과 미국/영국의 차이를 느끼는 점 중의 하나는 후자의 경우, 많은 기자들(Journalist)들이 수많은 Non-fiction Best seller를 출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이나 경제부분을 보면, 필력때문이지 모르겠으나 대중적인 Best seller들은 교수들이 쓴 책보다는 유수 언론사의 경제/금융 담당 기자들에 의해 쓰여진 경우가 훨씬 많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들의 필력도 대단하지만 상당히 높은 학문적/전문적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이 더욱 인상적이다. 물론 기자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이나, 인센티브 시스템이 차이가 나기는 하겠지만, 현장에서 내가 만났던 한국의 금융담당 기자들 중 상당수와 비교해보면 언론인으로서의 전문성에 대한 수준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1. 은행이란 어떤 기업이며, 은행원으로서의 직업윤리는 무엇인가?

먼저, 은행의 존재가치와 은행원의 직업윤리와 관련해서 이책의 저자는 은행이 경제의 순환과정에서 Risk 관리를 담당해야 하며, 은행에 근무하는사람들도 그러한 본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RBS의 경우, 이러한 기본을 망각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예를 들어 성장의 초석을 닦은 George Mathewson (Fred Goodwin 전임 CEO이며, Goodwin이 CEO로 재직하는 대부분의 기간을 이사회 의장으로 같이 보낸)의 경우 엔지니어 출신으로 CEO 재임시, RBS의 staff  조직을 Manufacturing organization이라고 명명하는 등 은행과 일반기업의 차이에 대해 무신경했던 사람이고, 자신의 후임에 전통적인 Banker가 아닌 회계사 출신 Goodwin (project management의 달인으로 명성이 높았던)을 임명함으로써 RBS의 최고위층의 mind에 “성장>Risk 관리”라는 명징한 상징부호를 새겨 넣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중심의 은행문화는 현장의 은행원들의 역할을 “고객의 재무관리자”에서 “금융상품 세일즈맨”으로 변화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시스템을 강화 발전시키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끝을 모르는 성장 중심의 폭주기관차가 되는 근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국의 은행상황도 이와 별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번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문제의 근원에도 금융사의 존재가치와 임직원의 직업윤리가 그 핵심에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무게로 다가오는 내용이었다.


2. 어떤 유형의 Leader들이 조직을 망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음은, 이 책에서 주인공으로 잘근잘근 씹히고 있는 “Fred Goodwin”이라는 사람을 통해서 보는 잘못된 리더의 모습과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기업의 시스템적 문제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Fred Goodwin을 정말 잔인할 정도로 비난하고 있는데,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RBS뿐만이 아니라 영국경제 전체를 말아먹었다는 것이 비난의 근거이다. 저자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Goodwin은 은행장이 되서는 안되는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Goodwin은 절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내부의 의사소통 체계에서 자유로운 의견개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군가 그에 맞선다면 그것은 사표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으로도 묘사된다. Goodwin은 “분쇄기 Fred (Fred the Shred)” 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비용절감을 위해 많은 인원들을 해고했으나, 최고위층 임원의 경우에도 절대 자신이 직접 해고통보를 하지 않고 인사담당 임원을 통해 해고 통지를 보내는 등, 자신이 불편한 일을 가능한 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Risk 관리에 대한 그의 태도에서 더욱 특징적으로 드러나는데, 전통적 Banker 출신이 아니라 Risk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적었던 그는 Risk 관리 목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위기가 시작되기 전, 내부의 Risk 전문가들이 sub-prime관련 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경고하는 과정에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사례 등을 통해 그의 부적절함이 제시되고 있다.

결국 그는 자신이 확신을 가진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의 비판도 용납하지 않고 자신이 완전히 알고 있지 못하거나 본인이 해당 이슈의 중심이 될 수 없다면 그 중요성과 무관하게 해당 이슈를 회피하는 성향을 가진 자로서 저자의 비난의 중심에 서게되는 것이다.  

하기사 우리 주변에도 이런 유형의 리더들이 얼마나 많은가?

문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매우 독립적이며 권위가 보장되어 있는 영국의 이사회 시스템에서도 Goodwin의 전횡을 막지 못했다라는 점이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대략 2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먼저, “글로벌 top 금융기관”이라는 원대한 목표에 대한 동일시가 전체 Governance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은행에서 출발해 단기간에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모든 찬사와 내부 임직원들의 자존감은 지속적으로 분위기를 고양시켰고, 이러한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Goodwin에 대한 반대는 RBS의 미래에 대한 반대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즉, 조직과 리더를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 현상이 내부의 문제를 치유할 기회를 놓치는데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이사회 의장인 Mathewson이 자신의 후임 CEO로 Goodwin을 직접 임명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임 CEO는 후임자 임명에 관여하지 않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재임중 성과를 비판하지 않을 후임자를 뽑을 것이기 때문에) 관행과 달리 자신의 후임자를 직접 발굴/임명함으로써, 후임자에 대한 비판이 곧 자신에 대한 비판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

결국, 제도의 형식적 완결성이 제아무리 높다하더라도 결국 Qualitative한 부분에서 누수가 발생하면 제도의 본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사례로 증명하고 있다.  마치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부채감축 목표’라는 제도를 실행하지만, 해당 공공기관에 비전문가인 정치인 등을 임명하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닮았다고나 할까…


3. 국민경제에 있어서 금융의 optimal한 역할은 무엇인가? 금융을 통한 경제 성장은 가능한가?

마지막은 국민경제 수준에서 경제발전의 factor로서 “금융”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가 하는 것인데, 사실 RBS의 폭발적 성장 이면에는 금융을 통한 스코틀랜드의 경제발전 견인과 영국의 금융중심지로서의 Repositioning이라는 정치적/경제적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있었다는 점에서, 흔히들 말하는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체질 구축의 가장 Beautiful한 모습인 금융중심지 model의 유효성 (역량과 무관하게)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이 금융중심지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19990년대 후반에서 2008년까지는 “노동당”의 집권시기였다. “제3의 길”이라는 기존과 다른 패러다임을 들고 나와 과거의 사회민주주의적 색채가 많이 탈색되었다고는 하지만, 노동당은 전통적으로 “초과 금융 소득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근로 소득의 신성함”에 그 뿌리를 두는 정치세력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소위 “제3의 길”의 실질적 설계자인 Gorden Brown이 어떻게 금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게되는지를 별도의 chapter를 통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집권을 위해 ‘시장’의 긍정적 기능을 받아들이기로 한 출발점으로부터 가장 적은 자본으로 leveage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금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게된 과정, 마직막으로 집권 후, 사회복지정책 수행을 위한 가장 든든한 재원인 ‘금융’부문의 성장을 ‘규제 해제/유연화’를 통해 지원할 수 밖에 없었던 영국 노동당의 역설적 딜레마를 꽤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로 1990년 GDP의 75%이던 은행 자산이 2010년 GDP의 450%까지 증가하게 되고 4대 은행 중 3개은행의 자산규모가 영국의 한해 GDP보다 큰 상황으로 이어져, 결국 영국이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말았다(미국의 경우는 금융위기에도 전체 은행의 자산이 GDP의 100%를 넘지는 않았음. 영국의 피해가 더 크고, 회복이 늦어진 이유는 이처럼 국민경제 대비 금융의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론).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정권들에서 동북아 금융중심지라는 목표를 제기한 바 있고, 지금도 관료들은 이러한 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듯한데, 장밋빛 전망 뒤에 도사리고 있는 Risk의 실체를 가늠한다는 차원에서도 이 책의 내용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최근 M&A 관련 수업을 매우 흥미롭게 듣고 있다. 교수님이 공개적으로 경고한대로 매 class마다 준비를 위해 읽어가야 할 Reading의 분량이 상당하지만, 준비를 충실히 하고 수업에 임하면, 1년 반동안 각 수업(회계, 전략, 재무 등)에 배웠던 요소들이 하나의 큰 그림이 되어서 다가오는 듯한 기대하지 않았던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을 읽는동안 수업시간에 정리했던 몇가지 내용들이 overlap되는 것을 느낀 것도 꽤 즐거운 체험이었다.

RBS는 M&A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을 하게되지만, 패망에 이른 결정적 요인 역시 실패한 M&A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 직전에 산탄데르, Fortis 함께 ABN Amro를 인수한 것이 규모를 급속도로 불린 마지막 한 수 였으나 이 책에서 언급된 M&A 진행과정을 보면, Deal에서 빠져나올 근거가 충분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M&A 수업때 읽었던 “When to walk awy from a deal?”(HBR April 2004)에 언급된 내용을 가지고 ABN Amro M&A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When to walk way from a deal”에서 저자들은 다음 4가지를 살펴보고 문제가 생기면 Deal을 깨고 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1) What are we really buying?

M&A를 통해서 과연 무엇을 사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너무 당연한 질문같지만 RBS의 ABN Amro case를 보면, 이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애초 RBS가 ABN Amro의 인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ABN Amro가 가지고 있던 미국 자회사인 La Salle 때문이었다. 이사회도 La Salle 인수를 이 deal의 핵심으로 보고 M&A를 승인했으나, ABN Amro는 ‘RBS+산탄데르+Fortis’의 tender offer 직전에 La Salle를 BOA에 매각하였고, 따라서 RBS는 deal로 인한 실익이 대폭 줄었음에 불구하고 규모에 대한 집착, 다른 파트너(산탄데르, Fortis)에 대한 체면 등을 이유로 Deal을 진행하였다


2) What is the target’s stand-alone value?

인수 과정에서 피인수기업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많은 Technique들이 존재하지만, 그 기본은 Due dillugence 과정을 통해 피인수기업의 장부상 숫자들의 quality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RBS는 ABN Amro와의 Deal에서 실상 원하지 않던 Retail과 IB/trading부문의 자산을 넘겨 받게 되었으나, due dilligence 과정에서 Retail loan의 부실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trading book 내의 sub-prime 관련 자산에 대한 valuation을 등한시함으로써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대가를 지불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음


3) Where are the synergies?

인수합병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는 것은 Negative synergy. Positive synergy (비용절감, 교차판매 증가 등)의 Realization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Negative synergy는 즉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RBS의 ABN Amro deal에서도 기업예금 부분의 Negative synergy (RBS와 ABN Amro를 복수거래하던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ABN Amro 예금의 70%를 타 은행에 예치)가 즉각 발생하였음.  인수 주체인 RBS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결국 합병후 RBS의 예대비율을 하락시켜, 금융위기시 유동성 Risk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음.


4) What’s our walk-away price?

앞에서 언급된 문제점들이 Due diligence 과정을 통해 Check되었다면, Deal을 철회하는 의사결정을 준비했어야 하며 그 때 발생하는 cost를 사전에 산정할 필요가 있으나, RBS는 규모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이러한 준비를 하지 않았음.


물론, 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M&A에 임하는 RBS의 맹목적 접근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임에는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조적으로 Kellog의 CEO였던 Carlos Gutierrezz는 다음과 같은 말로  M&A에 임할때 가져야 하는 유연성을 강조한 바 있다.

Even though this was a deal that we desperately wanted, I conditioned myself mentally to say we might not ha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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