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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Mar 08. 2019

두 번째 퇴사를 했습니다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도 잘 안 하니까 실제로 만나는 친구들 외에는 소식을 접하기/알리기가 어렵네요. 

간간히 브런치를 통해서 저의 소식을 접하는 지인들도 있는 것 같아서, 나름 생존 업데이트를 해봅니다. 


최근에 다니던 스타트업을 퇴사했습니다. 2주 전쯤에 퇴사한 것 같은데 거의 2달이 지난 것 같은 기분..  

퇴사하기까지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왜 했는지에 대해서는 티타임과 술 한잔 자리 용으로 남겨둘게요. 그래도 많이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었고, 회사에서도 이해해주어서 잘 그만둘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첫 번째 퇴사를 했을 때와는 극명하게 다른 기분입니다. 처음 회사를 그만뒀을 때에는 워낙 그만두는 걸 오래 바라고 있었고, 계획 없이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합리화를 많이 해둔 상태여서 퇴사하고 나서 불안하긴 했지만 마음이 참 편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실 제 계획과 다르게 이뤄진 부분들이 많아서 퇴사 후 첫 날은 정말 패닉이었습니다.

잠도 잘 못 자고요. 늦게 자도 아침 7시쯤 되면 눈이 떠지는 기이한 체험을 했습니다. 불안감 때문이었겠죠.

게다가 가장 이직하고 싶었던 회사 / 가장 하고 싶었던 직무의 임원 면접에서 최종 탈락하게되었는데 그것도 패닉에 한 몫을 더했죠. 


지금은 조금 안정된 상태입니다. 난 어디에도 가지 못할거야, 난 이제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회사도 없어 하고 넋이 반쯤 나가있었거든요. 그 때에 비교하면 지금은 굉장히 차분하게 그 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나 하나 해보고 있어요. 팟캐스트를 녹음한다던지, 다시 코드를 연습해본다던지, 계속 고민했던 개발 공부를 시도한다던지.

물론 열심히 다른 회사 지원도 하고 면접도 준비하고 면접도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전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건 '서비스 기획' 이 매력적이라는 거였어요. 힘들긴 하지만 서비스의 A부터 Z까지 다 경험해볼 수 있었고 앱도 런칭해보고 거의 한 달에 4개 정도의 기획서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쿠폰, 정산, 예약 등의 백엔드 시스템도 겪어볼 수 있었고 스펙트럼이 좀 넒어진 기분입니다. 

그래서 이직할 때의 희망 직무도 가급적 서비스 기획, PM 쪽으로 잡아서 준비하고 있어요. 주로 핀테크, 블록체인, AI 이런 분야의 회사로 가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한 달 후의 제가 어떤 모습일지 저도 상상이 가진 않지만 이제는 조금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켜볼 여유가 생겼어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면 결국엔 이상한 판단을 내리게 되더라고요.

참 이상한 일이에요. 회사를 다니는 나 와 회사를 다니지 않는 나. 사실 크게 차이가 없는데도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 만으로 자꾸 제가 무가치한 사람이 된 것 같고, 내 삶이 갑자기 시궁창에 처박힌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들더란 말이에요.  

잘 생각해보면 시궁창이라기엔 꽤 근사한 삶이고 저의 가치야 뭐 설명하기 입 아플 정도로 명확한데도요.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나의 마음을 비워내고 현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마음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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