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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Jun 11. 2023

빛은















오후의 햇살이 드는 거실쇼파에 누워 있는데

냥이 붐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무언가 발견한 듯

다가와 쇼파쪽 벽을 요리조리 빠르게 얼굴을 돌리며

바라본다. 

뭘 보나 싶어 벽을 보니 내 손목시계 유리에 반사된 햇살이

시계만하게 벽을 비추고 있었다.

내가 쇼파에서 뒤적거리며 움직이니 빛도 따라 움직였다.

붐이는 재빠르게 그 빛을 잡아보려고 쇼파에 올라 벽을 더듬고 있었다.

내가 가만히 멈추니 그 빛도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때다 싶어 붐이가 그 빛에 손을 얹어본다.

하지만 그 빛은 손에 잡히지 않고 붐이의 손위를 비추고 있었다.

붐이는 이내 손을 바꿔 자기손 위에 있는 빛을 잡아보려고 다른 손을

얹어 보지만 빛은 포개진 붐이의 손위에 머물렀다.

계속 잡아보려고 날뛰는 붐이.

하지만 빛은 잡히질 않고 결국 붐이의 뒤통수에 머물러 있었다.

귀여운 붐이의 뒤통수에 내가 손을 얹었더니

빛은 내 손을 비추고 있었다.













김도경 그림에세이

<이런 날, 이런 나> 0081. 빛은

<Day like this, Me like this> 0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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