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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가루인형 Mar 25. 2019

주식이 취미가 될 수 있을까?

퇴사 후 큰돈 잃으니 멘틀 붕괴되기 직전.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소액으로 주식을 재미 삼아하였고 퇴사한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퇴사하니 멘탈잡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회사 다닐 때는 손해 봐도 월급으로 메꾸고 다른 종목에서 수익을 보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부담 없이 주식을 하다 보니 손실은커녕 용돈벌이 정도 수익을 내어 가끔씩 팀원들에게 커피도 쏘고 했었다.

그리고 욕심이 더 커져 큰돈이 물리는 종목들도 한두 개씩 생겼다.  그럼에도 그때의 생각은 '언젠가 오르겠지. 추매 하지 말고 다른 종목이나 매수해보자.'였다.


퇴사 후 지금, 재직 중에는 출근 전, 점심, 장 마감 전에만 들여다봤던 MTS(Mobile Trading System)를 아침 8시 30분부터 계속해서 노려보기 시작하여 멈추질 않는다. 가끔씩은 그런 내 모습이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손에 쥐고 눈을 떼지 못하는 골룸처럼 연상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주식에 점점 목을 매면서 나의 멘탈은 점차 약해졌고 급기야는 오늘 오전 무너진 멘탈로 손절도 아니 대(大) 손절을 하고 말았다. 주식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손해 액수였다.


더 웃긴 것은 1년을 쥐고 있다가 더 이상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한 상태로 매도를 걸어두고 그 사이에 인스타그램을 즐겁게 하다가 20분 후 다시 MTS를 들여다보니.

'잉??? 매도 걸어둔 종목이 어디로 갔지???'

'뭐지.. 이 불길한 기운은...'

그렇다. 매도체결은 이미 되었고 내가 인스타그램에 빠져있는 사이 이 종목은 신나게 상한가로 올라가고 있었다.


현재 시간 오전 11시 40분 난 여전히 발정난 강아지마냥 멍청이 같은 나의 행동에 책망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더 멍청한 짓은 만약 내가 상한가에서 매도했다면 얼마를 덜 손해 볼 수 있었나?라는 궁금증에 후회를 안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난 이때만큼은 정말 하찮은 인간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탈탈 털지 못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자기 위로와 합리화를 위해 주식에서 멘탈을 잡지 못한 것은 퇴사 때문이라는 엉뚱한 원인을 내리기도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하는 주식과 퇴사 후 하는 주식은 너무나도 달랐다.

백수라는 것에 남편 눈치가 보이고 내가 돈을 벌지 못한다 생각하니 인간 구실을 못하는 듯하고. 이런 이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여기에 글을 옮기며 마음을 추슬러본다.


오늘의 교훈.... 집착을 버리자. 그리고 인스타그램은 조금만 들여다보자.

교훈도 엉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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