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가루인형 Aug 21. 2019

나의 육아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은 어리석었다.

육아의 고민은 나이 많은 나에게도 비껴가기 않았다.

퇴사 후 10개월의 임신 기간을 지내면서 아기가 태어나면 나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육아를 할 것이라고 떳떳이 선언하고 다녔다.

그러나 겨우 출산 10일째 나의 육아 소신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조리원의 모자동실 시간 동안 아이는 우렁차게 울어대며 자신의 상태를 표현했고 나는 어떤 것도 알아채지 못해 전전긍긍하였다.

응~애는 배고픈 거고 에에는 트림하고 싶다인데 왜 얘는 한꺼번에 여러 개의 소리로 우는 걸까?

임신 중에 내가 먹는 것을 너무 소홀히 관리해서 용량에 상관없이 분유를 먹어대는 걸까?

나는 모유 직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내 탓을 하고 있었다.

분명 나는 육아 도서들을 섭렵해가며 2시간마다 직수하면서 완모를 꿈꾸었으나 그 꿈이 상당히 어려운 일임을 겪고 깨달았다.

임신 중에도 낮았던 적혈구 수치가 출산 후에도 문제가 되어 모유량이 적었고 복부의 피하지방에 염증이 생겼다.

무통주사의 부작용으로 오른쪽 허벅지가 감각이 덜 돌아와서 6개월은 지켜봐야 한다.

출산과 동시에 뇌의 일부분이 작용을 안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쉬운 어휘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복부의 피하지방 염증으로 복용하는 항생제, 소염제, 진통제 등이 모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축 수유하여 모유를 먹이는 행위는 나를 못된 엄마로 느끼게 하였다.

답답한 조리원을 벗어나 근처 서점에 들어가 무의식적으로 모유수유 관련 서적을 집어 드는 나의 손목을 남편이 붙잡고 말하였다.

“모유 수유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요. 지금도 잘하고 있어요.”

이미 나의 눈시울은 붉게 젖어들고 있었다.

“내가 노산이라 이런 문제들이 생기나 봐요.”

남편은 내 손을 꼭 쥐었다. 그게 큰 위로가 될 줄이야.

앞으로 육아 라이프에 더 큰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내가 지혜롭게 극복(?) 해 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혼밥의 정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