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일 사이에서 또다시 흔들리는 내 마음
아기가 낮잠 자는 동안 나도 재빨리 낮잠을 청했다.
같이 낮잠을 자두지 않으면 저녁 7시가 되기도 전에 체력이 방전된다.
잠에 취해있을 때 핸드폰의 진동이 전해졌고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이름이 발신자 표시되었다.
“어머, 이게 누구세요. 민 강사님 아니세요? 아니, 이제 교수님이라고 불러야 하죠?”
“잘 지냈어? 민정? 요즘 근황은 어떻고?”
“교수님, 저 퇴사하고 예상치 못하게 임신해서 지금은 육아하고 있어요.”
“그랬구나. 너무 축하해. 애기가 태어났었구나.”
“ㅎㅎ 네. 교수님 아들도 잘 크고 있지요?”
“그럼, 너무 잘 크고 있지.”
“그런데 무슨 용건 있으셔서 전화 주셨어요?”
“어. 민정 퇴사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어서 혹시 다른 곳 이직했나 싶어서.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에 기획팀장이 필요한 게 민정이가 생각나더라고.”
“***에 연구소장님으로 몸 담고 계신 거는 들었는데 그곳 기획팀인가요?
“음. 맞아. 그런데 민정이 육아 중이라 힘들겠네. 지금 회사에서 미국**출판사 라이선스를 획득해서 영어 전자도서관을 구축하려고 하는데 이것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필요하면 개발까지 한 경력직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더라고. 민정은 다 해봐서 적합하다 생각했는데...”
“진짜 좋은 기회인데. 안타깝네요. 보고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드릴게요. 영어 전자도서관 사이트 주소 있으면 보내주세요.”
“그래, 알겠어. 잘 지내고.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고.”
“네. 잘 지내시고요. 연락 주세요.”
통화를 마치고 잠시 방 천장을 올려다보며 멍해있었다.
’이렇게 1년 2년 지나고 나면 이런 전화들은 오지 않겠지? 아기를 키우면서 난 도태될 것이고.’ 라며 혼잣말을 하였다.
몇 분후 톡으로 교수님이 보낸 사이트 여기저기를 들여다보았다.
아기가 운다. 그새 시간이 흘러 아기가 낮잠에서 깼다.
그렇게 나의 낮잠은 버려졌고 정신없이 핸드폰은 침대에 놓아둔 채 아기에게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