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 토막 이야기 2편: 원온원
2022년을 돌아보니, 총 137회의 원온원을 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1년 중 워크데이가 약 259일이라고 한다면, 1.8일에 한 번 꼴로 진행했네요.
이 중 면담자로서의 원온원은 100회, 피면담자로서의 원온원은 37회 입니다. 아직도 쉽지 않지만 책도 읽고, 동료들과 스터디도 하고, 매번 새로운 포맷을 도입해보며 느낀 점을 적어봅니다.
참고로 저는 백종화님의 <원온원> 도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원온원을 들어보셨나요?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모두 원온원에 대한 고민이 있으실 테지요.
사전적 의미는 운동 경기에서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인데, 이것을 일터로 옮기면 일대일 면담이 됩니다. 하지만 면담은 왠지 모르게 딱딱한 느낌입니다. 어느 날, 상급자가 면담을 하자고 부르면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잘못한 것도 없는 데 괜히 지난 며칠간의 일을 머릿 속으로 돌려보며, 잔소리를 듣지 않을까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리더의 사상을 효율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기존의 면담과 원온원은 다릅니다. 원온원은 리더가 팀원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조직 내에서 혹은 조직 밖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입니다. 즉, 원온원의 핵심은 리더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팀원을 위한 것입니다. 이 개념만 마음속에 갖고 있어도 여러분의 원온원은 절반 정도 성공한 것입니다. 원온원을 지향하는 조직이라도 이것을 모르는 조직이 많거든요.
구성원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써 원온원이 필요한 이유는 더 세세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팀원 네 명과 리더가 회의실에 모여서 ‘회사 다니면서 어려운 점이 있나요?’라고 리더가 묻는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물론 그 자리에서 본인의 어려움을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려울 거에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고, 목소리가 큰 사람 또는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분위기에 휩쓸릴 수도 있습니다. 원온원은 외부 환경에 방해받지 않고 구성원과 상급자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원온원을 잘하기 위한 스킬은 다양할 겁니다. 이 아티클에서 다 담는다는 것은 교만한 생각이죠. 하지만 이 원칙을 기억한다면 여러분의 원온원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원온원은 구성원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구성원이 얘기하게 하세요. 그거면 됩니다. 아래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한팀장: 최근에 배포한 A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회원가입 전환율이 2%로 낮던데, 제가 써보니 인증 과정이 꽤 불편하더라고요. 사용성 테스트 진행하셨나요?
송다정: 아, 아니요… 제가 그 부분을 놓쳤네요. 다음부터는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해서 퍼널을 진단한 뒤에 개발을 시작해보겠습니다.
한팀장: 좋습니다. 혹시 사용성 테스트를 하기 시간이 촉박하다면 내부 직원 중에 제품 지식이 적은 분께 연락해서 캐주얼 UT라도 해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얼핏 이 원온원은 성공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구성원이 성과를 내지 못한 문제를 수정할 방법에 대해 리더와 구성원의 협의했고, 다음에는 아마도 개선된 프로세스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원온원은 리더가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 평소 주고 싶었던 조언을 전달하는 리더를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원온원을 구성원을 위한 시간으로 바꾼다면 이럴 겁니다.
나과장: 안녕하세요 도진님, 요즘 날씨가 춥네요. 스키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스키 타러 다녀오셨나요?
이도진: 타러 가려고 슬슬 알아보고 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스키를 못 타서 제가 좀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ㅎㅎ
나과장: 저도 스키를 못 타서 작년에 OO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스키 강습을 들었는데 선생님도 친절하고 가격도 괜찮더라고요.
이도진: 오, 몰랐어요! 알아봐야겠네요!
나과장: 좋아요. 여자친구분도 어서 배우셔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면 좋겠네요! 혹시 오늘 원온원에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이 있으시나요? 요즘 어렵거나 논의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이도진: 음… 최근 배포한 프로젝트의 전환율이 낮아서 걱정이에요.
이 예시에서 크게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나과장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했습니다. 우리 머릿속에 원온원(또는 면담)은 아직도 딱딱한 제도일 수 있으며, 리더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구성원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져 속 마음을 선뜻 꺼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리더가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이 주어진 시간동안 구성원의 솔직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끌어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원온원 아젠다를 리더가 아닌 구성원이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구성원이 주제를 선정하였기 때문에 리더가 추측하는 구성원의 어려움이 아닌, 구성원이 실제로 느끼는 어려움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바쁜 리더의 시간을 자신의 고민에 할애해주었다는 것을 구성원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리더에 대한 신뢰도 커질 수 있고, 앞으로 건강한 원온원, 나아가서 건강한 관계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됩니다.
참 뻔한 문장이라서 사용하기가 민망하긴 합니다만, 이보다 더 확실한 문장은 없을 겁니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원온원에 참여하기 전에 한 번 되뇌어 보세요. ‘원온원은 구성원의, 구성원에 의한, 구성원을 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