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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수현 Oct 17. 2022

여성 전용 한증막 예찬

뭐든 하나에 꽂히면 한동안 정신 못 차리고 몰두하는 성정을 갖고 있다.


요즘 탐닉하고 있는 것은 불가마/한증막. 시작은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산골 어느 불가마를 체험한 것. 그 후 이 세상의 모든 불가마를 가보고야 말테다와 같은 기세로, 전국의 불가마를 검색하여 불가마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 가보고야 말 테다! 그리하여 올 겨울 여행은 전국 불가마 투어가 되겠다.


문제는 불가마는 대개 산골이나 외진 곳에 있다는 것. 겨울 여행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멀리 나갈 수 없는 처지인지라, 조바심이 난 나는 그 대안으로 '한증막'을 검색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당분간 나의 투어 대상은  나무로 불을 때는 '불한증막'이 되었다. 음...한증막이라는 신세계가 내게로 온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여성 전용' 한증막이라는. 여성 전용 한증막 만의 독특한 편안함, 아늑함, 나른함을 누릴 수 있다. 이걸 알면 빠져나올 수 없음.


중장년층 여성들만 있을 것 같지만, 젊은 여성들도 꽤 많이 온다. 그리고 나처럼 혼자 즐기러 온 사람들도 꽤 많다. 불가마 들락거리면서 쉬고, 먹고, 땀 빼고, 멍 때리면 그렇게 좋다. 덕분에 올 겨울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뭐든 하나에 꽂히면 장비 일습을 사들이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에도 한증막 소품들을 여러 개 장만했고, 다른 것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재정 마련을 위해 지난번 한참 제빵에 빠져있을 때 장만한 도구들을 당근에 내놓을 생각. 팔아야 돈이 생기니까. 이런 몰쓸 장비 욕심이라니...


암튼, 오늘의 요약은요,


불가마/한증막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겠지만,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



대형수건, 한증막 모자,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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