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가만히 숨만 쉬면서 쉬고 싶어.
꼼짝도 안 하고 있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손에 폭탄을 들고 종종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마치 어릴 때 보던 가족오락관에서 제 손에 있는 폭탄을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서둘러 문제를 맞히고 타인에게 넘겨야 하는 것처럼.
이건 내 성격이라 그런 거겠지만 해야 할 일들을 뒤로 미룰 수가 없어서 오늘의 할 일 체크 리스트를 노트에 적어두고 서둘러 일을 끝낸다. 아주 대단한 업무를 보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써 놓는다.
청소기, 운동, 저녁 메뉴, 약속, 먼지 청소, 빨래,
뭘 이런 걸 다 적어두나 싶은 것들까지 적어두고 하나씩 줄을 죽죽 그어야 마음이 안정이 되는데, 문제는 이 체크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항목이 늘 많다는 거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쁜가. 그것이 아이를 낳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 질문 중 하나였다. 나는 왜 이렇게 하루 종일 바쁜 것인가. 생겨먹은 것이 이래서 누워서 잠깐 잠을 자고 일어나는 일이 시간이 아까워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다.
내 존재 가치를 증명받기 위해 증명해내기 위해 쉬지 않음을, 무언가를 계속 함으로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쉬는 것을, 낮잠 자는 것을, 노는 것을 이토록 견디질 못하게 된 걸까. 나는 왜 그런 것들을 마치 죄악인 양 여기는 걸까.
쉬어본 사람이 놀아본 사람이 아니어서
늘 제 자리를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살았어서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해야 마음이 편한 거겠지.
쉬어도 돼 멈춰도 돼 놀아도 돼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너 혼자 그렇게 바쁜 거 누가 알아준다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뎌봐, 익숙해져 봐, 괜찮아. 좋잖아.
불안해하지 마.
동료들은 그녀가 일중독자에 가깝다고 말했는데 그건 일견 사실이었다. 일이 좋기도 했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면 공허함을 느꼈고 불안해졌으니까.
*본문에 인용한 책
『애쓰지 않아도』최은영.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