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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y 24. 2022

내 자식이 귀하면,

며칠 전 아이 담임선생님께서 좀 다운된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다.


오늘 아이가 교실에서 걸어가는데 의자에 앉아 있던 다른 친구가 책상 밖으로 다리를 빼놓고 있어서 아이가 그 발에 걸려 크게 넘어졌다며 집에 돌아오면 괜찮은지 살펴봐달라는 요지였다.


하원 후 돌아온 아이 무릎은 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고 멍이 들겠구나 싶었지만 친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아이 역시도 크게 개의치 않아 앞으로는 조금 주의하면서 교실에서 다녀야겠다, 우리 OO도 책상 밖으로 발을 빼놓고 있으면 친구들이 이렇게 다치니 그러지 않아야겠다, 그런 말을 하며 넘어갔다.




사실 그렇게 말하고 잊어버렸는데 다음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 가방에 상처 연고와 밴드가 지퍼백에 들어있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엄마 OO가 어제 미안했어. 그러면서 준거야~


선생님께서 상대편 아이 부모님께도 어제 있었던 작은 사고(?)를 알렸었나 보다. 사실 정말 개의치 않고 있어서 이런 답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는 그 지퍼백을 보면서 또 한 가지를 배웠다.




현명한 부모라면 내 아이에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프게 했으니 늦었더라도 정식으로 친구에게 사과해야 하는 걸 알려주는 것


그리고 내 아이가 귀하 듯 당신의 아이 역시도 귀하다는 걸,

내 아이 몸에 아주 작은 상처만 나도 속이 상하는데 당신의 아이가 다쳤으니 얼마나 마음이 안 좋겠는지,

그 미안한 마음을 어른스럽게 표현하는 것들을 말이다.




당신의 아이가 귀한 만큼 내 아이도 귀합니다.

내 아이가 귀한 만큼 당신의 아이 역시도 귀할 테죠.


현명한 어른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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