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가 없을 땐 남편이랑 분위기 좋은 카페로 드라이브를 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길엔 마트에 들러 간단한 장을 보는 게 공식처럼 정해져 있던 테이트 코스였다.
그랬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오랜만에 비가 내리니 '창틀 청소를 해야겠다. 방충망 청소를 해야겠다. 베란다 청소를 해야겠다.' 오직 이때만을 벼르고 있던 사람처럼 창문에 붙었다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가 하며 청소에 열을 올렸다.
쭈그리고 앉아 창틀 먼지를 닦던 엄마.
그러고 나서 허리가 아프네 손목이 아프네 하는 엄마를 보며, 유난스럽게 깔끔을 떤다고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했던 내 모습이 스친다.
나는 당신이 아니니까 모를 일이다. 그런데 언젠가 나도 당신처럼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하는 게 인생인 걸까.
그냥, 그렇게 결혼해 아이 키우고 사는 내 모습에서 그때는 죽어도 이해 안 됐던 엄마의 바쁜 움직임이 보이고 엄마의 마음이 자주 들여다 보인다.